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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Apr 20. 2020

그리움에 닿다


 그리움은
얼굴에 닿기 전에 뭘 본 듯하고,
코 끝이 찡하고,
위로 솟구쳐, 눈이 시큰하고 눈물이 맺혀 떨어지고,
이내 아래로 내려가, 목이 메고 피눈물을 넘기고,
가슴 시려 마음이 가라앉고,
더 내려가, 무릎과 다리가 꺾여 땅을 치지.
그러면 죽을 것만 같지.
 
다음 그리움은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면 펜을 들지.
몇 줄 못 쓰면 시가 되고,
봇물이라도 터지면 긴 편지가 되지.
시가 될 때가 아프지, 편지가 될 때에는 괜찮아.
시는 몇 줄로도 채찍이 되고 칼이 되지만
편지는 그냥 벽과 담이 될 뿐이니까.
 
지금 그리움은
마음이 잔잔하고 아플 것도 없지.
날카로운 말도, 답답한 말도 떠오르지 않지.
무언가 와닿는 것도 그냥 일상이기 때문이지.
웃음도, 눈물도 훔치고 나면 그만이지.
가끔 그런 생각을 하지.
그때 내가 이랬다면 더 잘했을 텐데.
사랑도, 이별도 따뜻하고 포근했을 텐데.
 
맨 나중 그리움은
많은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하느라 정신없겠지.
용서, 얼마나 많이 받아야 하는지 모를 거야.
내가 사소히 여겨 기억도 못하는 일을
또렷이 품고 있지는 말아 주었으면 좋겠네.
그런 일들은 상처가 아니었으면 좋겠네.
만나면 또 좋고 반가울, 사랑이었으면 좋겠네.
그게 많이 그리울 거야.


*

목마름이 그리움과 한 세트일 때도 있어.

옛날에는 우물가를 서성였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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