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명찬 Apr 15. 2020

보이지 않는 실


사람이 본 누에의 일생입니다.
 
알을 깬 애벌레는 뽕잎을 먹으며 쑥쑥 큽니다.
잠자기와 허물벗기를 며칠 간격으로, 네 차례 반복합니다. 그러고 나서 실을 토해 고치를 만들어냅니다.
 
고치 안에서는 번데기를 거쳐 나방이 되는 과정이 일어납니다. 나방이 고치를 뚫고 나오면 다음은 짝짓기 차례입니다. 번식까지 마친 나방은 일주일 정도 살다가 수명을 다합니다.
 
사람에게는 실크 실을 남겨 줍니다.
고치 하나를 삶아서 풀면 1,000m 이상의 실이 나옵니다. 실들을 짜면 최고급의 옷감이 됩니다.
 
사람에게서도 실이 나옵니다.
 
‘사랑’이라고 불리는 아주 귀한 실입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연緣이나 업業을 이끌어내 설명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가로세로 잘 엮든, 얽히고설키든 상관없이 사람 속에는 함부로 설명 못할 귀한 진실들이 있다는 겁니다.
 
*
나 하나에서 나올 수 있는 실은 몇 미터나 될까요?
앞으로 사랑하게 될 사람들도 연결하려면 많이 필요할 텐데요.


작가의 이전글 낭만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