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나라 어른일기

by 손명찬

작은 나라엔

작은 산과 작은 구름과 작은 집들이 있지

그리고 작은 사람이 있어

작은 사람은 가슴을 가졌어

그 가슴에는 많은 것을 담지 못하지

그래서 행복과 기쁨과 노래와 사랑을 담고

불행과 슬픔과 고독과 미움을 담지 않았어

그런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나라


내가 사는 여긴 모든 게 너무 커

산도 크고 구름도 크고 집도 커

그리고 사람도 크지

큰 사람은 큰 가슴을 가졌어

그 가슴에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지

그래서 행복과 기쁨과 노래와 사랑에다가

불행과 슬픔과 고독과 미움도 넉넉히 담지

그런 사람들이 복잡하게 엉켜 사는

큰 나라

작은 나라에서 이민 온지 이제 몇 해

오늘처럼 비를 맞으면 고향 생각이 나

빗방울이 너무 커서 가슴에 멍이 들거든.


*

앞에 말고 옆에 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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