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자기 벤치가 하나씩 있습니다.
이제 여행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는
풍경의 일부로 예쁘게 보이는 자리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있는 사람에게는
배낭을 벗어 놓고 쉴 만한 자리입니다.
여행에서 막 돌아온 사람에게는
웃으며 기념사진 찍을 자리입니다.
사랑마다 자기 벤치가 하나씩은 있습니다.
이제 배우기 시작하려는 사랑에게는
곁눈질로 상상의 연인을 앉혀 보는 자리입니다.
마주보는 사랑에게는
넉넉하니 두 사람을 위해 준비된 자리입니다.
사람을 떠나보낸 사랑에게는
그리움이 두툼하게 쌓이는 자리입니다.
추억마다 자기 벤치가 하나씩은 있습니다.
이제는 되살려 봐도 괜찮은 추억에게는
혼자여도 어색함 없이 아늑해지는 자리입니다.
아직 좀 덜 익어 숙성 중인 추억에게는
진한 아쉬움이 묻은 자리입니다.
여전히 상처와 회한인 추억에게는
바람도 쉬어 가지 않을 것 같은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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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벤치든 다가가서 가만히 앉아 보세요.
잔잔하게, 이제 당신이 풍경이 되어 줄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