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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랑 Mar 09. 2023

딸이 나를 많이 닮았다

아빠가 먼저 노력할게

_ 남편의 이야기(2) 



딸이 나를 많이 닮았다. 



누구의 성격을 닮았는지는 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늠이 되지 않지만, 외모는 '어릴 적 나의 모습을 복제한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닮았다. 



나의 어릴 적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신 부모님조차 흠칫 놀랄 정도다.



"첫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 체리를 통해 이 말을 맹신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체리는 내 얼굴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인 눈썹을 닮았다. 어머니께서 나를 가지셨을 때 아버지의 눈썹을 쓰다듬으시며 "아빠 눈썹 닮아라~"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아내 역시 체리를 가졌을 때 내 눈썹을 만지며 "아빠 눈썹 닮아라~"라고 자주 말했고, 기특하게도 체리는 엄마 말을 잘 들어주었다.



입술도 많이 닮았다. 입술은 엄마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의 입술을 닮았다. 어머니는 내 입술이 세모 모양이 된 이유를 어릴 적 젖병을 오래 빨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체리를 낳고 보니 선천적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지난 30년의 오해를 체리 덕분에 풀 수 있었다.



아빠를 너무 좋아하는 체리는 가장 닮지 않았으면 했던 건조한 피부까지 닮아버렸다. 여름에는 크게 티가 나지 않았는데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니 체리의 피부가 트기 시작했다. 아기들의 피부는 항상 촉촉한 줄 알았는데, 오해였다.



나보다는 덜하지만 아내 역시 건조한 피부를 가졌기에 둘째의 피부도 건조할 것 같다. 적정 습도를 유지해 주고 로션을 자주 발라주고 있다. 체리가 하루에 바르는 로션의 양이 내가 일주일 동안 바르는 양보다 많다. 



체리가 자라면서, 누구의 성격을 닮게 될지 굉장히 궁금하다. 아내와 나 모두 어릴 적 고집이 강했다고 하니 우리는 고생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너랑 똑같은 자식 낳아봐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실현될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요즘 '체리가 이런 모습을 닮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체리가 보는 앞에서 책을 자주 읽고 많은 대화를 나누려 노력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바쁘다 보니 체리와 함께하는 절대적인 시간은 적은 편이지만, 함께 있을 때 체리가 굉장히 귀찮아할 정도로 애정표현을 많이 한다. 슬슬 내 얼굴을 밀어내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같아서 벌써부터 서운하다.



우리 부부의 진짜 꿈을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30대 때 시작한 것이 아쉽지만, 이 역시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체리는 우리보다 조금 더 빠른 시기에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뻔한 얘기지만,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체리의 눈에 비치는 아빠의 모습이 바르고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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