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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랑 Aug 17. 2023

부모님과 달리 왜 우린 맞벌이를 해도 힘들까?

냉정한 자본주의의 현실(1)

저희 가족은 4인 가족이었고, 그 중에서 아버지 혼자 일을 하셨습니다. 


평범한 직장인 한명의 근로소득으로 자식 둘을 키우시느라 형편이 녹록치 않으셨지만, 꾸준히 저축을 하셨고 결국 자가를 마련하셨습니다. 성인이 된 저 역시 아버지와 같이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니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저축이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부모님 세대에는 외벌이로 살 수 있었는데, 왜 저는 맞벌이를 해도 힘들까요? 그 이유는 바로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어렵지 않으니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나라에 풀린 돈을 통화량이라고 하는데, 이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동네에 과일 가게가 1개 밖에 없을 때는 사과가 귀합니다. 이때 사과 한개의 가격을 2,000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과일 가게가 3개로 늘어나고, 동네에 팔고 있는 사과의 양이 대폭 늘어납니다. 귀하던 사과는 이제 흔해졌고, 가격은 내려가게 됩니다.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 즉 통화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내려간다는 것과 같습니다. 


예전에는 1,000원으로 새우깡과 월드콘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월드콘 하나조차 사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걸 '물가가 올랐다'고 말하죠. 코로나 이후 장바구니 물가가 올랐고, 2만원 이하로 먹을 수 있었던 치킨은 이제 배달비 포함 3만원 정도를 내야 먹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월급도 오르니 괜찮을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월급이 오르는 속도보다 굉장히 빠르다는 겁니다. 따라서 부모님 세대에서 우리 세대까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물가와 월급의 차이는 굉장히 벌어졌습니다.


아버지께서 제 나이 때 받았던 월급은 27만원이었습니다. 지금 제 월급의 1/10보다 적죠. 하지만, 당시에는 그 돈으로 월세를 내고 자식 둘을 키우시면서 저축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부모님 시대에는 적금 이자도 꽤 높았습니다. 풀린 돈이 많으면 돈의 가치가 내려간다고 말씀드렸죠?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풀린 돈이 적었습니다. 그만큼 돈의 가치가 지금보다 컸고, 그 돈을 맡기면 돌려받는 이자도 컸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예, 적금의 금리가 정말 낮습니다.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돈의 가치는 예전에 비해 많이 하락했습니다.


저희 가정은 맞벌이입니다. 많은 월급은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소득이 생기고 있습니다.


아이가 없을 때는 급여의 70% 이상을 저축했는데 하지만, 귀여운 딸이 태어난 뒤로는 저축액이 대폭 줄었습니다. 둘째까지 태어나고, 자식들이 학교와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 더이상 '근로소득'만으로는 저축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육아에는 변수가 굉장히 많습니다. 계절마다 찾아오는 질병들 때문에 가정교육을 해야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기도 하고, 등원과 하원 시간을 맞춰야하는데 부부의 회사 일정이 도와주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한달에도 몇 번씩 육아휴직과 퇴사를 고민하지만, 맞벌이를 그만두면 저축은 커녕 빚을 지면서 살아야 하는게 현실입니다. 


자본주의는 냉정합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일찍 깨닫고 대비한다면 충분히 따뜻한 일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내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주거공간의 마련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주의의 냉기와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방패가 되어주기도 하죠.


이어지는 글에서 자본주의와 내집마련의 관계에 대해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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