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생활을 시작하고
나를 포함한 두 아이 모두
각자 다른 학교에서 새 학기 시작 등
온갖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다.
우선 첫째의 학교는 좀 더 시내(?) 쪽에 위치해서
고속도로 한번 이면 끝인데도
교통 체증이 말이 아니다.ㅠㅠ
둘째는 집 근처 학교여서 별 무리가 없으나
두 아이 모두 다른 학교 각자 픽드롭은 처음이라
평균 등교 시간이 편도 1시간인 거 같다.
감사하게도 둘 다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고
둘째는 처음 데이케어를 해서
늦게 데리러 가도 (오후 5시)
씩씩하게 잘 해내고 있다.
고맙다.
나는 여러모로 고군분투 중인데
영어가 서툴러서 수업 내용은 알아듣는데,
선생님이 수업 외 말씀하시는 걸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
이 부분이 정말 충격인데,
이것도 영문학 수업의 영어는 알아듣겠는데
제일 중요한 전공과목들 수업 중
시험에 대한 안내 등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예컨대 시험 범위는 뭐뭐이고
뭐뭐를 꼭 알아야 한다를 두리뭉수리하게
어떤 농담을 섞어서 하면
전혀 알아듣지를 못하고
혼자 딴걸 파서 시험을 장렬히 망하고 있다.
에효
왜 귀가 들리지가 않는가?
뭐랄까 전혀 모르는 단어가 아닌데
전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ㅠㅠ
무슨 놈에 과제가 이렇게 많은가?
과제과제과제 과제에 파묻히고
풀어야 하는 공학문제 수학문제 화학문제 돌어버리겠다.
통계가 제일 짜증 난다.
무슨 놈에 실험은 이렇게 많은가?
몰랐는데 하도 집에서 밥을 해대니
제일 자신 있는 실험은 화학이다.
의외로 남학우들이 헤매던데
집에서 밥 하던 그 노하우로
화학 실험은 늘 자신이다.
반면 온갖 나름의 첨단 장비를 써야 하는
메카닉이 제일 짜증 난다.
모선 센서를 돌려
동영상을 촬영해서 프레임 단위로 끊어가지고
그걸 그래프로 만들어가지고
이 난리를 치고 앉아있다
더 대박은 통계인데,
진짜 소프트웨어 대박 약한데
통계 프로그램 돌리고 해석해야 하고
이제 겨우 2주 지났는데 이미 지쳤다.
커피 한잔 마시며 공부
통계가 쉬운 듯 뭔 말인지 모르겠다.
새벽에 잠을 잘 수 없지,
또 공부
수포자였던 나에게
수학이 그나마 제일 안식처가 되어주는
과목이 될 줄 열아홉의 나는 상상이나 했을까?
풀어야 할 미분 문제가 이미 산더니
공부공부공부공부
삼각함수를 얕게 팠더니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메카닉 랩 보고서 쓰라네?
하지만 거기다 다른 과제들까지 진짜 미춰..
새벽 2시에 자서 새벽 4시면
눈이 번쩍 떠진다.
과제를 안 했기 때문에....
학교는 바로 집 근처인데
우리 동네가 시골인지라
이렇게나 학교 풍경은 평화롭지만
나는 쉬는 시간 내내 도서관에서....
이렇게 공부를 해도
결과는 70점이다.
학부 석사 통틀어 저런 점수는 받아본 역사가 없다.
캐나다 대학교 학점 받기 힘들다 얘기는 들었는데
정말 매섭네.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혼자 딴걸 파고 있다.
유일하게 수학만 잘한다.
왕년 수포자.....
제일 골 때리는 건 영어 작문 수업이다.
과학적 텍스트는 이해가 어렵지 않은데
소설책 읽으라고 하고
분석하라고 하면 해석이 안된다.
같은 날 아님
또 공부
그냥 고등학교 수학 복습 중
복습해 주면 너무 고맙지요.
지금 현재.
또 이러고 앉아있다.
영어문학 내야 하는데
영어 글쓰기가 제일 짜증 난다.
한국말도 현학적 글쓰기가 안되는데
영어로 추상적인 소설을 어떻게 쓰라고.
참고로 수강신청 내가 한 거 아님..
신입생은 사무실에서 다 해줌......
매일 아이들 픽드롭에
집안일에 도시락에
도서관에 앉아 공부만 하는데도
점수가 죄다 70점이다.
킹 받는다.
뭐가 문제인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건
나의 영어가 문제인 건가?
너무 슬퍼서 도서관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이 와중에 메카닉 랩보고서 마감을 못해서
도서관에서 펑펑 우는데
사람들 쳐다보든 말든 열심히 리포트를 썼고
장렬히 망하게 썼다.
아..... 이제 겨우 개강한 지 2주다.
피를 말려라 이것들아.
이제 일흔이 다어가는 우리 엄마는
평생을 전업 주부로 사셨고
그게 한이 되셨는지 두 딸만큼은
자기 손으로 밥벌이하는 신 여성이 되길 바라셨다.
그래서 뜨개질 같은 거 취미로 라도 하려고 할 때면
화를 내시며 이런 건 돈 벌어서 사는 거라고
하실 정도로 예민하셨었다.
그런 엄마의 염원과 반대로 우리 두 딸은
모두 전업 주부가 되어버렸다.
엄마, 미안해.
엄마는 새로운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다 늙은 나를 향해 힐난은커녕
정말 잘 생각했다며,
아무것도 없이 쉰을 맞이하면 그것보다
더 힘든 일은 없다며
제발 너 스스로 당당한 직업을 가지라며
기뻐하셨다.
자식도 이제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한 나이가 되어가고
이제는 너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며.
그래서 이를 악 물어야 한다.
학교에 어린애들밖에 없고
노인 혐오? 가 뭔지 어렴풋이 느끼겠다.
이게 너무 과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젊은 아이들 사이 혼자만 중년이다 보니
혐오 아닌 혐오가 느껴질 때가 있어 좀 서럽고 힘들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서로 끼여 앉을지언정
내가 앉은 줄은 다 비우고
절대 옆에 앉지 않는다던가....
뭐 좀 그런 민망한 상황들이 많다.
조별과제가 너무 많은데
그런 상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굳이 그 더러운 상황을 설명하고 싶지도 않고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
쨋든 고작 2 주되었지만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고
과제가 미친 듯이 많아서
평균 수면 시간이 4시간 될까 말까?
심한 날은 두 시간 자고 일어난다.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듯.
아니 내 인생에서 제일 공부 많이 하는 듯.
근데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일 거 같아서,
그걸 아니까 되든 안되든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고 싶어서.
이미 편견 없이 주어진 소중한 기회니까
처음이니까 뭐 좀 못할 수도 있는 거고
패턴 파악하고 루틴 잡아서 적응해 가면 되는 거고.
이러면서 배우는 거겠지,
늘 아이들에게 고맙다.
아이들에게도 늘 신신당부하거든.
엄마의 마지막 기회니까
이제 너희들도 혼자 할 줄 아는 것들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그전에는 다 컨트롤하던 컨트롤 프릭엄마....)
쨋든 이제 또 과제마저 해야 할 듯.
과제 시험 과제 실험실험 과제 시험 무한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