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문제다
비단 한국만 의대 쏠림 현상이 있는 게 아니고
캐나다는 더 심각하다.
약대는 10개 대학? 몇 개 되지도 않고
의대도 많지 않아 오죽하면
미국 의대 입시 전형이 더 쉽다는 말이 있다.
그나마 올해 토론토에 의대가 하나 더 생겨
얼마나 다행인가?
캐나다 의대 입시는 써머스쿨 학점도 인정하지 않고,
재수강도 용인하지 않으며
오롯이 쌩으로 모든 학점을 만점에 가깝게
일구어 내야 한다.
내가 미쿡 대학은 다녀보지 않아 어떤지 모르겠으나
캐나다 대학은 정말 빡세긴 하네.
빡센 이유 중 하나는
첫째, 일단 교수님들은 알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평가'하기 위해 존재하며,
올 가을부터 유로 GPT를 결제한 이후
나의 교수님은 지피티느님이다.
근데 얘 왜일케 오류가 많아?
일단 뭘 알고 물어봐야 한다.
절대적이지도 않고 오답도 많아서, 참고 정도만.
머리 벅벅 긁으며 고민하는 한 시간을
15분으로 줄여주는 정도?
나에게는 시간이 금이라 효율 위해 활용 많이 한다.
둘째,
내가 다니는 과정은 사이언스 과정으로
의대 약대 치대 공대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한데 모이는 과정으로 정말 정말 치열하다.
나는 이제껏 수학을 이토록 잘하는 백인을
만나보지 못했는데 (인종 차별적 발언 미안하지만...)
여기 머리 팽팽 돌아가는 백인 친구들 보면 경이롭다.
뭔가 학습식으로 다져진 게 아니라
아닌 걍 머리 팽팽.
항상 점수가 피어그룹 평균이랑 같이 뜨는데
평균이 90점인데 나만 홀로 70점이라
진짜 자괴감 오진다.
늘 말하지만,
과거의 영광을 말하는 인간치고
제대로 된 인간 없다지만.....
70점은 정말 처음이다.
셋째,
일전에도 썼지만
우리 학교는 7과목 수강이 가능하고
나는 그중 4과목이 사이언스 과목이다.
이게 뭘 의미하냐?
과제, 시험 매주 매일매일 있고,
잠잘 시간이 하루 4시간이 채 안된다
해야 할 양이 너무 방대하고
특히 수학의 경우는 밤새 할 경우
집중력이 너무 떨어져서
계산 실수가 너무 잦아, 고민이 많다.
수학교수님이 날 되게 좋아해 주시는데,
나한테 과학 몇 과목 듣냐며
개수를 듣더니 생존 가능하냐고 물으셨다.
팽팽한 10대도 힘든데
애둘 딸린 나는 진짜 삶이 지금 파국이다.
나의 이 천박한 워딩이 미안하지만,
내가 진짜 교수를 잘못 만나 점수를 처참하게 받고 있다.
웬만하면 점잖은 우리 남편조차
내 점수와 상황을 보더니
진짜 선생 또라이 아니냐고.
보라, 나의 처참한 성적을.
평균은 나 같은 바닥 까는 애들 때문에 그런 거고
median이 90점 인 시험이다.
반 이상이 90을 받았는데 나 65
참고로 밤새 공부했음.
남편도 놀란 눈치, 이날 울었음.
알고 보니 선생이 시험 총 점 더하기를 잘못했음.
근데 그렇다 해도 점수가 75점임.
첫 시험에 원론적인 건데
사소한 실수를 다 0점 주시며 깎으셨다.
의구심은 랩 리포트 점수에서 증폭되었다.
내가 랩만큼은 100점이었고
실험이 항상 복잡하고 정신없기 때문에
공부를 수없이 하고, 시범 영상도 여러 번 보고
막힘 없이 자신 있게 했는데 어떻게 7.5일 수가 있지?
실험도 제일 깔끔하게 했고
잘했는데?
남편도 이 점수를 보더니
앞의 시험과 비교했을 때
내용은 이해하고, 똑바로 했는데
너가 여기서 학교를 안 다녀서
표현 방식이 뭔가 달라서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나도 처음에 당황했는데
결과를 보니 남편의 말이 맞았다.
확인해 보니 6.000mL 이면
답이 0.1049mol 이 아니라 0.105mol 로 숫자를 네 개로 통일해야 한다고.
님...... 수업시간에 말씀을 좀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그리고 보통 유닛이 틀린 것도 아니고
(단위는 중대한 실수가 맞다, 화학에서)
디짓 자릿수 문제면 반점도 없나?
아예 그 문제 0점을 준다고?????????????
화학을 그렇게나 다 완벽하게 할 수 있어?
하다못해 조금씩 계산 실수 있어도
풀이과정이 맞으면 반점이라도 주는데
디짓 4자리인데 5자리까지 적었다고 0점??
그렇게 적은 모든 답을 감점하서 저 점수가 되었....
내가 가서 여쭤보니
내용적으로 다 맞는데 저 형식만 다르게 적었다고
점수를 족족 깎는 건 아닌 거 같다며 8.5를 주겠단다.
와...... 본인 기준도 제대로 없으세요?
안 물어봤음 7점이었을 거 아님?
이 얘기를 듣더니 진짜 남편이 왜 저러냐며.
이외에도 이 인간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질문할 때
난 딱히 나대지도 않다가
정말 딱 한번 대답을 했는데 정색을 하셨다.
진짜 강의실이 세해질 정도로.
수업에 방해가 되게 말한 게 아니라
충분히 헷갈리는 내용을 잘 몰라서 그런 건데
그렇게 개 정색 하실 거면
왜 학생들에게 물어보시는 거며,
내가 그렇게 잘났으면 강의실에 왜 앉아있겠어?
모멸감이 들 정도의 정색을 하냐고.
아예 삔토 나간 대답을 한 것도 아닌데.
이것부터가 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지같이 점수를 줘서
그냥 드랍 하기로 했다.
이 인간은 그냥 늙은 여자가 수업을 듣는 게 싫은가 보다.
화학이 나한테 정말 중요한 과목이어서
이렇게 70점씩 받아서는 회복 불가능이다.
점수가 남느니 학교 늦게 가더라도
다음 학기 수강이 나을 거 같다.
그리고 선생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마.
내가 진짜 100% 노력을 다해서 공부했기 때문에
저 점수는 진짜 말이 안 되고 이해도 안 돼.
그리고,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저 점수면
선생님 너님도 책임 있는 거 아닐까?
덧붙여 디짓 자릿수 오류 감점은 2점이 맥스 아니었을까
10점 만점에 2점 감점 도 과하다 본다.
이건 영어 수업 점수인데
망할 놈의 학교가 조별 과제가 왜일케 많아?
무조건 조별로 뭘 해서 결과를 낸다.
나는 어떤 남자애랑 조였는데
얘가 내가 외국인이니까 뭔 의견만 내도 다 아니래
결국 그놈(??) 하자는 대로 내니까 저 점수.
결국 내가 말한 게 맞았는데,
좀 미안해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런 기미도 없어.
이 얘기를 우리 남편이 들으면
너무 슬퍼하고 속상해한다.
우리 아이들도 속상해하더라.
엄마, 괜찮아.
영어 못하는 거 맞으니까 무시받아도 되지 뭐.
다음에 잘하면 되니깐.
그래서 영어 수업 90점 이상 받았네.
사실 태어나서 영어학교에서
영어문학 수업은 처음 들어서
너무 멘붕이었는데
(아엘츠 시험과 차원이 다른 영어)
이제 슬슬 폼 올라오고 있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적응되어가고 있다잉.
수학의 경우는 수포자 인생 한평생이었는데
내가 수학에 제일 안식을 느끼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고 있다.
여름 동안 나 과외해 주셨던 선생님께
선생님 덕분이라고 감사하다고
메시지 드렸더니
원래부터 잘하셨다고,
젊은 애들 보다도 훨씬 잘하고 에이스 셨다며ㅠㅠ
선생님, 감사합니다.
쨋든 이것도 망할놈의 또 조별 과제를 해야 하는데....
원래 어떤 애들이랑 한 조였는데
얘들도 또 내 말을 안 들어.....
공부도 못하는 애들이 고집이 그렇게 쎄더라.....
그래, 너네들 알아서 해라 하고 냈더니
점수 까이고.....
그러다 수업 시간에 내가 대답을 잘하니
어떤 애가 나를 유심히 보더니
어느 날 내 옆에 쏙 앉더니 같이 하다고 하더라.
얘가 아까 말한 머리 팽팽 백인 아이인데
결국 같이 한조를 이룬 뒤로
조별 과제를 제일 빨리 끝내는....
보통 2시간인데 둘이서 50분 이내에 풀고
제일 먼저 강의실을 떠나는 듀오가 되었다.
얘는 모든 복잡한 수식을 알지브라로 구현하고
(소프트웨어 없이)
이해하는 능력이 탁월해서
본투비 수학을 잘하고
나는 과외로 다져진 잔 스킬이 많아서
못 풀 문제가 없게 되었다.
이건 좀 해피엔딩.
첫 몇 주 70점 퍼레이드라 멘붕이었는데
조금씩 적응하고 있고
제 실력이 나오는 거 같다.
지금 화학을 드랍하면 다음 학기 들어야 하는
심화 과정들을 듣지 못하지만
저 교수가 저렇게나 죽자 사자 점수를 까는데
화학 점수 잘못 받음 결국 원하는 거
못하는 건 매한가지라 그냥 드랍하기로.
화학 드롭하고 칼률러스100점 받는 게 나을 듯.
사실 지금 수학도 너무 구멍이 많게 하고 있어서
걱정이 크다.
이제껏 점수는 처참했다.
하루 네 시간씩 자거나 세 시간씩 자면서
공부하고 과제했는데 저 점수여서 좌절했지만
다시 점점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는 거 같다.
이 기세를 몰아 좀 더 열심히 해보겠다.
또 수업 들으러가야하고, 과제가 많아서
언제또 글을 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