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의 사이에서 20
우리의 이혼이 성립됐다.
그런데 자꾸 연락이 왔다. 상간녀에게.
술에 취한 듯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이해가 안 되는 메시지를 나에게 보냈다.
나 때문에 뭔가 안 됐다는 그런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
그때쯤 전 남편은 다시 잘해보면 안 되냐며 연락을 여러 번 해왔다.
다시 잘해볼 거였으면 내가 이혼을 했을 리가 없지 않느냐고 딱 잘라 말했다.
아마도 둘이 헤어진 모양이었다.
그때부터였다.
상간녀의 메신저 프로필에 전남편과의 스킨십하는 사진들, 침대에 누워 있는 전남편 사진들, 데이트한 사진들.
그런 사진들이 마구마구 업데이트됐다.
이건 좀 달랐다.
비록 이혼했지만, 끝이 난 사이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진으로 두 사람의 모습을 맞닥뜨리니 새삼스레 충격이 컸다.
슬픔보단 분노였다.
아무리 어리다지만 얼마나 나를 우습게 보면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전남편에게 사진을 다 캡처해서 보냈다.
둘이 헤어져서 지금 나한테 계속 연락 오고 이렇게 사진 올리고 하는 거냐고.
너희 둘 문제는 둘이서 해결하라고.
나는 이제 남이니까.
전남편은 화를 냈다.
그 여자애를 미친년이라고 욕했다.
그 여자애가 좋아서 나와 아이가 안중에도 없던 사람이.
기가 찼다.
참 얄팍하디 얄팍한 사랑이었다.
더 이상 엮이기 싫었던 나는 휴대폰 번호를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