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휴대폰 번호를 바꾼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상간녀에게 부재중 전화가 왔다.
미칠 노릇이었다.
나는 이미 헤어진 사이인데 왜 나를 괴롭히는 건지.
전남편에게 연락해 네 여자친구에게 내 번호를 알려주었냐고 따졌다.
내가 왜 번호를 바꾼 건데 그걸 알려주면 어떡하냐고 하니 자기가 알려준 적 없다고 했다.
그럼 너 잘 때 몰래 내 번호 보고 연락했나 보네?라고 했더니 별 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둘 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둘이 그냥 행복하게 살라고
아무 말 없이 이혼해 준 사람한테 왜 이러냐고
이혼이 다 끝났는데 나를 왜 괴롭히느냐고
진짜 지긋지긋하니까 그만 좀 하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연애하는 건 좋은데
혹시라도 아이를 데리고 그 여자를 만나는 일은 없게 하라고 말했다.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고 했다.
얼마 뒤, 전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둘이서 시댁을 갔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단 둘이서.
시댁에 갈 때면 항상 셋이 다니던 곳이 있었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던.
전남편은 사진을 보내왔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그곳에서 둘이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때 그 여자의 메신저 프로필이 바뀌었다.
지금 내 아이가 있는 그 장소의 사진이었다.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당장 전남편에게 전화해서 따졌더니
그 여자애랑은 헤어졌다고 안 만난다고 했다.
당연히 지금도 같이 있지 않다고.
무슨 소리냐 사진이 이렇게 있는데 하고 캡처해서 보여줬다.
알고 보니 그 여자애가 나한테만 보이게 멀티프로필로 해놓고 전남편과 연애했던 사진들 , 그리고 전남편이 인스타에 올린 사진을 자기가 같이 있는 것 마냥 올린 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그 여자애를 내 메신저에서 안 보이게 했으면 그만이었다.
근데 그때의 나는 이상하게도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담판을 지으려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남겨도
그 여자애는 내 연락을 단 한 번도 받지를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엄마가
내가 전화해 볼게 하더니
엄마 휴대폰으로 그 여자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여자애가 받았다.
엄마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ㅇㅇㅇ이랑 이혼한 ㅇㅇ이가 우리 딸인데,
이미 이혼도 했고 다 끝난 사이니까 우리 딸한테 더 이상 연락하지 마세요.
미안해서 또 눈물이 났다.
엄마가 저런 말들을 하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에 또 미안했다.
죄송합니다. 한 마디면 끝날 일을.
그 여자애는 당당하고 새침한 목소리로
전화한 적 없는데요?
라고 말했다.
당황한 엄마에게서 휴대폰을 받아서 내가 말했다.
사진 같은 증거가 없어서 상간녀 소송 못했는데
사진 많이 보여줘서 고맙다고.
한 번만 더 연락하면 그땐 상간녀로 소송 걸어줄 테니 각오하라고.
그렇게 전화를 끊었고
그 후로 더 이상은 나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제서야 그토록 나를 괴롭히던 지긋지긋한 거머리들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나에겐 결혼생활도 이혼도 정말이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