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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행복을 선물했다

새로운 시작

by 도또리

이혼을 하고 나니 주변에 이혼한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고, 친해질 계기가 제법 많아서 그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볼 수 있었다.

보통은 다들 남자친구가 있었다.

신기했다.

헤어진 이유나 상황 또한 지는 않겠지만

큰 아픔인 것은 모두에게 동일할 텐데.

마음을 또 누군가에게 내어준다는 게 가능한가.

남자친구가 있다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

그냥 나랑은 달라 신기하고 궁금했다.

그 마음들이.


나에겐 사실 신뢰라는 걸 다 잃어버린 일과도 같았기에.

그리고 그렇게나 불타오르고 뜨겁고 애정이 깊었던 사람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너무나 가까이서 눈으로, 마음으로 오래도록 다 지켜본 나는

같은 걸 또 겪는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다.


물론 연애도 하다 보면 사랑이 식어 헤어지고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겠지만

나에게 결혼이라는 건 의미가 너무너무 다.

그래서

상처도 쉽게 아물지 않 것 같다.

아마도 평생 이 상처를 품고 살아가겠지.

나으면 낫는 대로 딱지가 생 채로,

언젠가 딱지가 떨어진다 해도 흉터로 남을 테니.

그러니 이건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상처.


이혼을 하면서 나 자신과 약속했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재혼은 절대 하지 않기로.

연애도 마찬가지.

누군가를 가볍게 만나고 싶지도 않고

또 그런 만남에 있어 아이가 언제나 배제될 수는 없기에.

혹시라도 내가 누군가를 만나 아이와도 정을 쌓았는데 헤어지게 된다면.


어른도 정을 주고 떼는 일이 매번 겪어도 익숙지가 않아서 힘이 드는데

하물며 아이는 어떨지.


내가 옳고 누군가는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오히려 남자친구를 둔 사람들이 용기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물론 나도 아주아주 따뜻하고 아주아주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나도 모르게 상처 난 틈으로 마음이 조금씩 흘러들어 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나간 상처는 아무렇지 않아 질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지금의 나는 그저 아이와 주어진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고,

매일 우리의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 찾기를 하며

둘이서 얼굴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는.

이 평범한 일상을 그저 마음껏 만끽하려고 한다.

아이는 점점 커갈 테고

지금 우리의 이 순간순간들이 너무나 그리워서 눈물짓게 되는 날이 언젠가는 꼭 올 테니까.



나의 보물.

이 지구상에서 내가 너보다 더 사랑할 존재는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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