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보다 딥(deep)독
책 읽기를 참 좋아하는데 아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읽는 행위는 거의 할 수가 없다. 오직 아기만 본다. 오직 아기 주변의 환경만 본다. 내 얼굴조차 들여다보지 못하는 일상에서 종이 책을 넘기기란 쉽지 않다.
출산과 육아가 두려운 이유는 '이전처럼 살지 못할까 봐.'가 대부분이다. 좋아하는 걸 못할까 봐. 더 얇아질 것도 없는 주머니에 구멍 날까 봐. 예쁜 옷 못 입을까 봐. 다시 일하지 못할까 봐.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책 읽을 시간은 없어도 책 제목 정도는 읽을 수 있잖아?
책이 너무 읽고 싶은 날, 아기 그림책이 아니라 보고 싶은 책을 꺼내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 먼저 푹신한 수유의자에 앉아 책장에 꽂힌 책제목을 읽는다. 책과 나의 역사가 스치듯 지나간다.
"꺼낼까? 말까?"
책에게 말을 건다. 몇 장 읽지도 못할 텐데 하며 풀 죽은 마음속 목소리를 들켰다.
"한 문장이라도 뭐 어때? 읽어나 보쇼."
그렇게 제목을 읽으며 그리워만 하다가 책을 펼쳤다. 아기 울음소리에 펼쳤다 닫은 날, 정말 한 문장만 읽은 날, 두세 페이지, 한 챕터.
한 권의 끝 장은 언제 끝장날지 모르지만 오늘의 한 문장, 오늘의 한 줄이 또 다음, 그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그동안의 독서는 다독에 초점을 두었던 것일까. 기약이 없는 읽기 덕에 짧고도 깊은 독서를 이어가고 있다. 아기의 잠이 길어질수록. 조금 더 길고 깊은 독서로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