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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송이 Oct 25. 2024

첫 모유수유 체험기

아기도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을

띠리리리링- 입원실 전화벨이 울렸다.


”한송이 산모님. 오늘 컨디션 어떠세요? 괜찮으시면 신생아실 오셔서 모유수유 하실까요? 저희가 알려드릴 거거든요. “


바다 인생 2일 차, 바다 엄마 인생 2일 차. 모유수유냐 분유수유냐를 사전에 결정하지 않고, 일단 해보고 자연스럽게 선택하기로 했다. 신생아실 창문 너머로 보던 아가를 아빠 없이 단둘이 만나는 시간이 찾아왔다. 둘만의 데이트다. 설렘과 긴장이 정확히 반반인 마음으로 아주 작은 아기를 안았다. 보고 또 보아도 너무 작은 사람이다.


요람이 된 엄마 품에서 잠이 들어 버린 아기. “바다야, 밥 먹어야지.”라고 말했지만 좀 더 자도 상관없었다. 폭 안긴 아기에게서 따뜻한 온기와 포근함이 느껴졌고, 내 부은 얼굴에서 입꼬리가 실룩거리는 게 느껴졌다.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 낯설고 어색하긴 했다. 그럴 수 있다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엄마의 좋은 면역과 영양분을 전해줄 수 있다니 어색한 것쯤이야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궁수축, 체중감량, 우울증 예방 등 건강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자. 엄마 어깨 내리고, 손으로 목을 잘 받치고, 받침대에 발을 올려 높이를 맞춰주세요. 집에서도 이렇게 하면 좋아요. 아기가 밀착되어야 편하거든요. 오-좋은걸요?”


이렇게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했던 적이 있었나. 불편할까 봐 조심 또 조심하며 자세를 잡았다. 바다는 처음이 아닌 것처럼 쫍쫍쫍 입을 움직였다. “우와, 우와. 신기해요!” 엄마와 아들의 호흡이 척척 맞는 감동의 순간! 간호사 선생님은 아기도 입을 크게 벌리고 힘내서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셨다. 아기는 눈을 감은 채로 입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나는 있는 대로 눈을 크게 뜨고 귀여운 모습을 감상했다.  


배부를 정도가 되려면 아기는 힘껏 빠는 연습을 해야 하고, 엄마는 그 기회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혼자서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자주, 부지런히 연습하는 만큼 배부를 정도의 모유가 만들어지는데 실제로 서로에게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이다.


엄마 혼자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덜어진 시간이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도 있구나. 아기도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무지에서 비롯된 과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발견했다. 무엇이든지 서로를 살피고, 서로가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라톤 출발선에 서 있는 사람처럼 비장한 다짐을 하며 입원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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