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의 단체 생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요즘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병원 입원실과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단체생활을 한다. 출산 직후 남편이나 가족들의 도움을 받기 어려우니 엄마의 회복을 위해 하는 선택이다. 고민 고민하다가 주변의 강력한 권유로 뒤늦게 산후조리원을 예약했고, 우리 아기도 그렇게 인생을 시작했다. 아기에게는 10개월 동안 엄마 뱃속에서 안락하게 지내다가 분리되는 순간이다.
언제든 배정된 자리마다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또는 유리창 너머로 아기의 생활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자리에 아기가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현실은 신생아실에 직접 가야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었다. 왜 그런고 하니 정해진 시간과 패턴에 맞춰 다른 아이들 틈에 줄을 서 있어야 했다. 순서대로 먹고, 자고, 씻어야 하니 처치대에 다른 친구들이랑 누워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던 것이다. 친구 울음소리에 따라 울기도 하고, 잠에서 깨기도 하는 듯 보였다.
신생아 케어를 잘한다고 소문난 조리원. 다정한 선생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선생님도 있었다. 깨끗하게 소독된 냄새와 백열빛 조명도 차갑게 느껴졌다. 아빠 목소리도 없고, 엄마 냄새도 없다. 그 사실에 마음이 쓰였다.
하루 한번 저녁 6시 30분부터 8시까지 모자동실 시간이 주어졌다. 청소 및 소독 시간이기도 하다. 그때가 되면 모든 아기들이 엄마 방으로 간다. ‘아, 이런 시스템이구나.’ 바다가 원하는 대로 푹 재우고, 배고파할 때 밥을 먹였다. 아빠 배 위에서 놀기도 하고, 똘망 똘망 눈 맞춤도 하고, 축복송도 부르고, 초점책도 본다. 아기도 우리와 함께 있는 게 더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이틀 정도 지내보고 지용과 마음 쓰이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돌봐주시는 분들이 전문가이긴 하지만 부모만큼 사랑으로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아직 서툰 부분은 맡기고 부지런히 배우되 할 수 있는 건 직접 하자가 대화의 결론이었다.
“선생님, 정바다 데려갈게요."
“네, 바다요. 오늘도 엄마 일찍 왔네~.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콜 해요."
신랑 퇴근 시간에 맞춰 잠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편이라 아침 시간에는 충분히 수면을 확보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바다와 함께 있었다. 아기가 먹고 잘 때 모두 편안해 보였다. 나름대로 노는 시간도 즐길 수 있으니 훨씬 더 즐거웠을지도 모른다. 바다가 아니라 내 마음이 편안해서 그렇게 보였던 걸까. 아직 신생아라 잠자는 시간이 길어서 크게 힘든 일도 없었다.
나에게도 모성애가 있을까? 막연한 물음표로 있던 질문이 느낌표가 되는 순간이었다. ‘거기‘ 에 혼자 누워있는 바다를 얼른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내게 있더라. 사람들이 말하는 ‘조리원 천국’은 아이러니하게도 아기와 한 방에 있을 때 실현되었다. 막상 입소해 보니 다른 케어나 프로그램도 필요하지 않았다. 바다와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열흘이었다.
10일 동안 머문 가장 작은 바다의 방, 초보 엄마 서툰 손길에 피곤했을지라도 사랑과 애정만큼은 가득 채워진 따뜻한 자리로 느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