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밀려 온 감정의 파도
큰 일을 치르고 집에 돌아오기까지의 14일 동안 눈물 한 방울이 안 났다. 출산이 아프거나 아기를 만난 게 기뻐서라도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남편과 기억에 남을 정도로 즐거웠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3일 전부터 시원하게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이상해. 시원하게 한 번 울고 싶어. 으. 이상해.“ 남편에게 말했다. 깊은 속에서 울렁 울컥하고 무언가 올라왔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어떤 감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저녁이 되고 바다는 미리 마련해 둔 아기 침대에 지용과 나는 늘 잠을 자던 우리 침대에 누웠다. “아. 좋다. 집이 최고야.“
축 늘어뜨린 두 손을 아기가 살던 배 위에 올렸다. 홀쭉해진 배를 스윽 쓸어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눈물이 쏟아졌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보송했던 베개를 흠뻑 적셨다. 지용은 고요한 방에서 숨 죽여 훌쩍이는 내게 마음껏 울라고 했다.
“송이, 드디어 우는 거야? 울고 싶다며. 시원하게 울어. 눈물 나는 이유가 뭐인 것 같아?”
울고 보니 어떤 눈물인지 알게 되었다. 안도감. 안도감이었다.
부른 배를 조심조심 대하며 매일 몸을 누이던 침대. 다시 혼자의 몸이 되어 누워있고, 건강한 아기 바다와 따뜻한 지용이 양옆에 누워있으니 모든 긴장이 풀어지고 감당할 수 없는 안도감과 감사함이 밀려왔던 것.
임신기간 동안 내 모습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임신이 처음이라 불안했던 시간들. 입덧으로 고생하던 날들. 조기진통으로 입원했던 열흘 간의 경험들이 떠올랐다.
회사에 출근하고, 남편 일을 돕고, 부지런히 집안을 정리하고, 건강한 식사를 차려먹고, 요가도 하고, 태동도 즐기고, 글도 쓰고, 여행도 다녀오고. 무사히 보낸 일상과 가족들의 사랑과 축복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모든 과정을 무사히 해낸 스스로와 바다, 지용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고도 잠시동안 울컥울컥 눈물이 났다. 바다는 엄마가 눈물 흘리는 게 싫었던 걸까? 으앙 하고 울며 우리를 불렀다. 때마침 보여주는 시원한 쉬아 분수와 대단한 응가 기저귀로 정신을 쏙 빼놓았다.
‘아, 울 시간도 없구나.’
코맹맹이가 되어 눈물도 닦고, 아가 엉덩이도 닦고. 그런 내 모습이 어이없어서 웃고. 시원하게 울고 나니 홀가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