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재우기 미션 수행 중
잠. 신생아를 맞이하는 부모님들의 최대 미션 중 하나다. 아기의 생명 유지에 잠자기는 먹는 일만큼 중요하다. 재우기에 성공하고 나면 엄마와 아빠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소리 없는 만세를 외친다.
“으앙- 으아앙”
분명 찍-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이내 들리는 울음소리. 모든 초보 엄마, 아빠들이 겪는 일이리라.
요새는 모유수유냐 분유수유냐의 결정만큼 분리 수면이냐 같이 수면이냐를 결정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선택지다. 수면의 방법, 수면 루틴 만들기 등의 수면 교육과 각종 수면 가구와 침대 위 꿀템들이 출산 전 준비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아기의 수면에 관한 책을 한권 읽었다. 물건에 익숙해지면 떼는 데 또 품이 드니 일단 없이 재워보기로 했다. 같은 방에서 자고, 아기용 침대를 따로 마련하고, 깨끗한 이부자리와 선물 받은 백색소음기로 재우기 미션을 해결해 보기로 했다.
낮에는 2시간, 밤에는 3시간마다 배가 고파지는 아기는 그때마다 잠에서 깼다. 하루 8번에서 12번은 잠이 들고 깬다. 막상 겪어보니 장난 아니다.
몇일 전만해도 자궁 속에서 따뜻하고 편안하게 웅크리고 안락하게 지냈을텐데 깊은 잠자기 힘들만하다. 세상 밖에 나와 자유자재로 움직여지는 몸에 깜짝 놀라서 깨고, 배가 출출해지거나 몹시 고파서, 소화 기관이 미숙해 가스가 차서, 응가가 나오지 않아서 애를 쓰느라 잠에서 깬다. 아빠 코고는 소리가 들려서, 온습도가 불편해서도 깬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 때면 미로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처럼 무서운 감정까지 든다니.
아무것도 모를 땐 백일의 기적이나 통잠을 바랐다. 아기의 잠에 대해 이해하고 나니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먹고, 소화시키고, 자고, 숨을 쉬고, 움직이는 모든 활동이 처음이니 적응 시간이 필요 할 수 밖에. 자연스러운 순서가 있는데 내 욕심으로 이뤄낼 수는 없는 법.
바다는 졸리면 울고, 귀를 만지고, 눈 밑이 빨개지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신호를 확실하게 보냈다. 그 덕에 억지로 시간 맞춰 재우지 않고, 충분히 먹이고, 충분히 놀고, 자연스럽게 졸려질 때를 기다렸다 눕히는 것으로 잠 훈련 방법이 정해졌다. 물론 하루에 10번 반복이다.
아기가 잠들면 나도 그때 같이 잠을 잔다. 주어지는 시간은 한두 시간 남짓인데 잠 충전을 하고 나면 다시 먹이고, 놀고, 재우고 할 정도의 체력이 보충된다.30분이 3분 같이 느껴진다. 이렇게 잠이 쉬운데 아기는 다시 잠드는 방법을 몰라 울어버린다.
이십 대 초반, 극심한 편두통으로 한의원 진료를 본 적이 있다. 한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잠’이었다. 침과 한약 대신 잠을 자는 처방을 내려주셨다. 2시간 남짓 병원 침대에서 잠이 들었고 그때 그 잠은 정말 보약이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적어도 세네 번은 깨어 먹이고, 트림 시키고, 토하면 닦고, 재워야 하는 심야 돌봄은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피곤하고 힘들다. 3분이 30분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바다의 평생 건강을 위해 엄마로서 꼭 알려주고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견딜만해졌다. 그리고 둘째 때는 더 강해(?) 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잠과의 사투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