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1초 조급했던 마음을 내려놓다.
“바다야, 배꼽 친구랑 아직 헤어지기가 싫어요? 그렇구나 우리 바다가 더 같이 있고 싶구나.”
산후관리사님이 하던대로 매일 바다에게 말했다.
보통 7~10일이면 제대탈락이 되는데 바다의 배꼽은 떨어질 줄 모르고 계속 붙어있었다. 배꼽에 뭐가 달려 아물지 않고 있으니 통목욕도 못하고, 더운데 바지도 못 입고 조심해야 해서 불편했다. 무엇보다 다른 엄마들은 ‘제대 탈락을 축하합니다.’ 축하받으며 조리원에서 담아주는 박스를 받아 드는데 나는 아직이니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그놈의 검색. 검색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육아종이니 뭐니 무섭고 마음 어렵게 하는 내용과 사진만 잔뜩 보고 말았다. 마침 영유아 검진 시기가 되어 소아과에 방문했다. 여기서는 배꼽을 봐 줄 수는 없으니 다른 소아과에 가보라고 했다. ‘왜지?’ 마치 특별한 케이스처럼 대하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더 신경쓰였다.
이모는 오실 때마다 간밤에 배꼽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물으셨다. 달랑달랑 떨어질 듯 말 듯. 20일째 똑하고 떨어졌다. 통목욕을 하고, 바지를 입은 바다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루하루 제대 탈락을 기다리던 중 걱정이 느껴졌는지 관리사님은 내게 이렇게 말해주셨다.
“앞으로도 성장하면서 우리 바다가 이렇게 다른 아기들과 다르게 늦는다고 느껴지는 게 있을 수 있어요.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목 가누기나 뒤집기, 걷기, 말하기 같은 것들. 혹시라도 그럴 때 아기들이 더 준비하고 더 바르게 하고 싶어서 시간이 필요하구나 여기면 좋아요. 기다리는 시간이 조급해지지 않게 되거든요. 그리고 바다가 더 빠른 부분도 있을 거고.”
맞는 말이다. 앞으로 바다를 대하는 마음가짐의 나침반이 되어줄 내용이다. 배꼽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말씀해주셨다는 게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아기의 1분 1초만 생각하게 되는 20일 차 초보 엄마. 좁아진 생각을 확장하고, 멀리 보며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말이라 너무 감사했다.
늦게 떠난 배꼽 친구 덕분이다. 나도 인사하며 그 간의 걱정들을 날려 보냈다.
“배꼽 친구야. 아기와 우리 사이에 중요한 역할을 해줘서 고마웠어.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