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차 아기가 사다 준 라떼
태어난 지 29일.
바다가 태어난 날을 세어보는 달력만 넘길 뿐, 바깥 날짜와 시간을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어느덧 신생아 졸업일이 코앞이다.
그러다 요 며칠 긴장, 불안, 예민함 같은 감정이 불쑥 끓어오르거나 슬픈 기분에 눈물이 왈칵 나기도 했다. 어떤 생각에 빠져서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감정의 요동이었다. 잘 지키던 마음에 호르몬의 장난과 엄마의 본능이 불쑥 끼어들어든 것만 같았다.
남편도 최선을 다해 안팎으로 애쓰고, 바다도 무탈한데 나는 무엇이 그렇게 불안했을까. 아기의 작은 숨소리, 울음 모든 것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용도 그런 내 모습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주말이 되어 아빠가 아기 아침밥을 먹이고, 나는 눈을 더 붙이기로 했다. 푹 자고 일어났는데 집이 조용했다. 침대에 있어야 할 바다가 사라졌고, 지용도 없는 게 아닌가!
설마 하고 카톡을 열어보니 선글라스를 낀 지용이 아기띠를 매고 바다와 셀카 한 장을 찍어 보내놨다.
”라떼파파 출동“
놀라서 전화를 걸었다. 벌써 나가면 어떡하냐는 질문에 날씨와 공기가 좋아서 안 나갈 수 없었단다. 그래서 송이가 좋아하는 디카페인 아이스 라떼 그란데 사이즈를 사러 갔단다. 못 말려. 29일 차 바다와 집을 나선 대범하고 용기 있는 남편. 날 좋은 5월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라떼 속 얼음이 흔들리는 시원한 소리와 등장한 바다와 지용. 두 남자 모두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미 벌어진 일 커피나 마시자하고 들이켜는데 웃음이 새어 나왔다. "왜 이렇게 맛있지?"
얼떨결에 바다가 사 온 첫 커피를 마시며 우울함에 빠지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즐겁고 감사한 시간을 더 누려야지. 오랜만에 기분까지 좋아지는 커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