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2. 송이 지용 결혼하다
조수석에 앉아 창문을 활짝 열었다. 차가 없는 주말의 이른 아침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통행료를 내기 위해 잠시 멈춘 의왕톨게이트에서 제법 신선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분홍색과 주황색이 오묘히 섞여있는 코랄빛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는 진짜 딱 이만큼만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결혼식 날 아침이다.
들을 때마다 몸이 움츠러드는 “신랑님~”, “신부님~” 호칭도 오늘로 끝이다. 신랑님과 나는 결혼식 준비로부터의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만끽할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수수한 옷차림과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 내가 가장 많이 꾸민 날이었다. 높은 천장에 긴 버진로드, 생화 장식이 가득한 화려한 식장을 고른 탓에 헤어도 메이크업도 드레스도 무척이나 화려하게 선택해야 했다. 그래야 신부가 빛이 난단다. 모든 장식이 탐탁지는 않았지만 3시간에 걸쳐 긴긴 단장을 마치고, 비즈가 반짝이는 벨라인 드레스를 입었을 때의 내 모습은 내가 보아도 낯설 정도로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의 축하가 넘쳤던 날,
소중한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날,
꿈꾸던 결혼 예배로 혼인 서약을 한 날,
또 언제 잡을지 모르는 아빠의 거친 손을 어색하게 잡고서 길고 긴 버진로드를 함께 걸은 날,
고운 한복을 입고 신부보다 예쁘게 치장한 엄마의 환한 얼굴이 빛났던 날,
엄마 옆에 꼭 붙어 보좌하는 여동생이 더 애틋하게 느껴진 날,
콰이어 사람들의 축가 OH, HAPPY DAY 덕에 축제 같았던 날,
LA로 당장 신혼여행을 떠날 듯 경쾌한 라라랜드 OST에 발걸음을 맞춰 퇴장했던 날,
결혼식을 다 마치고 2시간 동안이나 뷔페 음식을 즐겼던 우리가 우리답던 날.
아침에 바랬던 행복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이 주어진 꿈같은 하루였다. 해가 다 지고 어둑해지는 무렵, 들뜨는 마음을 겨우 부여잡고 동네 홈플러스에서 생필품을 잔뜩 사면서 현실로 돌아왔다. 신혼집에 들어가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에 대자로 드러누우며 그간의 고생을 다 잊고 말해버렸다. “결혼식 또 하고 싶다!” 이 말에 신랑은 먼 훗날 리마인드 웨딩이라도 하라며 맞장구를 쳐줬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얼굴로 축하의 인사를 건네주던 사람들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명하다. 내가 상대의 행복을 바라고 기도하는 것처럼 나의 행복도 바라고, 기도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나의 행복을 바라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넘치도록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만큼 벅찬 행복에 취하는 날이 언제 또 있을까 싶다.
어떤 순간에 또 이런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행복함을 느끼게 될까?
아마도 우리를 예쁘게 닮은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날이기를 조심스레 기대하고, 바래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