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기의 외출
아침 일찍부터 아기랑 아빠랑 아빠 일터에 인사하러 갔다. 다행히 아기 컨디션이 좋아 마음이 편했다. 와. 나 혼자 보내는 하루다. 뭐가 제일 하고 싶을까? 아. 생각할 시간이 없다. 의식의 흐름에 맡겨버리기로 했다.
부자가 떠나자마자 홀린 듯 침대로 가 눈을 감았다. 눈 뜨고 보니 오후 두 시. 오랜만에 정말 달콤한 늦잠을 잤다. 흰 벽이 보였다. 아기가 옆에 없으니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가 보인다. 깨고도 꿈인가 싶어 한참 멍했다. 순간 입덧에 시달려 천장을 보던 내가 떠올라 '시간 참 빠르다.' 싶었다.
고요하다. 혼자 남은 집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고요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아이스 라떼와 작은 디저트를 배달시켰다. 그리고 널부러져있던 아기 짐을 하나씩 치우고 스팀 청소를 준비했다.
'그래! 이게 너무 하고 싶었어!'
'이게' 청소라니 스스로도 기가 막혔지만 청소하고 먹는 디저트와 커피 맛은 더 기가 막히기에 신이 났다.
막힘없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스팀. 속이 다 시원했다. 쌓인 피로와 독소도 다 빠져나갈 것 같은 느낌이랄까. 발바닥이 보송보송하다. 바다도 이 촉감을 느낄까 싶어 먼저 터미타임 자세로 깨끗함을 확인했다. 만족스러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기 토냄새가 나는 옷을 벗어두고 향긋한 바디워시로 샤워를 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이 모든 건 굳은 몸을 푸는 요가를 하기 위한 준비였다. 마지막 호흡을 하고 나니 현관문이 열렸다.
오늘 바다는 아빠 운동 센터 회원님들의 사랑을 잔뜩 받고 왔다. 나는 나를 사랑해 줬다. 바다 아빠는 우리 둘을 사랑해 줬다.
나 혼자 보내는 하루. 혼자였지만 그 하루 속에 우리 가족과 이웃들로부터 사랑이 흐르고 있음이 느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