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데이트
비 오던 날, 어머님께서 영화라도 한 편 보고 오라며 쉬는 시간을 주셨다. 좀 걷기라도 해야 기분도 몸도 더 나아질 거라고 배려해 주셨다.
아기가 있기 전이라면 여기저기 쏘다니며 활기 넘칠 계절. 바다 돌보기가 우선이다 보니 체력을 지키고, 외출로 인해 받을지도 모르는 불필요한 스트레스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실제로 피로감이 컸고, 몸과 마음은 집에 있어야 편하고, 비가 오는 날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했다.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용은 기다렸던 영화 볼 생각에 신나 있었다. 부랴부랴 바다 기저귀, 맘마 준비, 온습도 체크 등등 맡길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역시 비에 신발과 옷이 젖고, 습해서 끈적 거리겠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우산을 접는 틈에 내리는 비를 맞으며 급히 지용이 기다리는 차 문을 열었다. 조수석에 놓여있는 작은 꽃. 그 꽃을 보고 남편이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육아에 전념해보니 잠이 부족하고, 피곤하고, 피로가 쌓이고, 할 일은 많고 하니 속 깊은 대화할 시간이 많이 줄었다. 친절하지 않은 말, 짜증 섞인 말이 오가기도 하고. 집인지 회사인지 일단 눈앞에 보이는 바다 생활, 일상생활 일거리로 시간이 꽉 차버린다.
남편이 내 속마음을 알까 싶으면서도 나는 내 마음을 알고 있나? 싶기도 하고.
영화는 재미있었고, 기분전환도 됐다. 바깥세상에 와글와글 모여있는 얼굴들이 낯설었지만. 예상했던 스트레스는 없었다.
기회가 주어지면 집 밖을 나서고 쉬는 게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몸이 피곤한 건 어쩔 수 없으나 기분과 마음이 좋아지는 건 스스로에게 아기에게 더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어줬다.
내가 모든 걸 해야 한다는 지나친 책임감을 내리는 비에 흘려보낸 개운한 외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