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할 수 있다.
울면 달래고, 배고프면 먹이고, 졸리면 재우고, 안 자면 놀아주고, 손톱 깎아주고. 아기가 필요로 하는 도움주기에 무난히 적응하고 있다.
그중 가장 어려운 일이 하나 있었으니. 바다가 엄청 많은 양의 응가를 했을 때다. 어떤 엄마들은 똥도 귀엽다고 하는데 어쩐지 난 그렇지가 않다. 기저귀를 열기 전 느껴지는 신호. 우엑! 소리가 저절로 난다. 그 묵직함과 냄새에 적응이 안 됐다.
작은 몸에서 어쩜 그리 많은 응가가 나올까. 기저귀도 무게를 못 견디는 듯 보였다. 불편해서 보채는 아기를 한 팔로 안고 엉덩이를 씻기는 것도 쉽지가 않아서 혼자 있을 때 벌어지지 않았으면 했다.
꼭 그런 일은 말 끝나기 무섭게 일어난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마자 바다는 시원~하게 응가를 했다.
아기를 떨어뜨릴까 봐. 손이 미끄러져 다칠까 봐. 너무 세게 닦을까 봐. 별의별 걱정들은 단숨에 머릿속을 채워버린다. 그래도 해야지. 엄만데! '차분하게 침착하게 안전제일!‘ 속으로 계속 외치며 남편이 어떻게 했는지 떠올렸다.
심호흡을 하고 아가를 번쩍 들어 올렸다. 화장실에 가서 차근차근 씻기고, 뽀송하게 닦아주고, 새 기저귀를 갈았다. 바다는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손길이 닿는 동안 보채지 않았다. 기특한 녀석. "휴. 하면 되는구나!“
한번 혼자 힘으로 성공하고 나니 제법 자신감이 생겼다.
요새 바다는 밤낮으로 응가를 밀어내는 연습을 하느라 주먹을 꽉 쥐고, 끄응 힘주며 애쓰고, 발을 바둥거리고, 답답한 지 울기도 한다.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게 이렇게 연습이 필요한 일이었구나. 그런 아가를 보며 응가 냄새를 못 참는 엄마라니! 엄마 맞아?
어렸을 때 똥기저귀 다 갈아줬다고 내가 다 키웠다고 큰소리치는 어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겪고보니 육아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제는 바다가 응가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손을 비벼 따뜻하게 만들어 아이러브유 마사지도 해주고, 응원하고, 기도하고, 코를 막지 않는다.
아직도 스멀스멀 풍기는 냄새에 살짝 긴장되고 숨을 잠시 참아야 하지만 밥 할 줄 모르고 결혼해서 지금 밥 잘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지겠지.
그래야만 한다. 아기 응가는 여러모로 점점 더 레벨업이 된다고 하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