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지.
남편이 사업장을 정리하게 됐다. 폐업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 지, 개업보다 힘든 듯 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내가 바깥일을 돕지 못하니 집안이라도 열심히 가꿔야지.’
아침 8시에 출근했다가 밤 10시에 퇴근하기를 몇 주. 남편 얼굴은 나갈 때와 자기 직전에만 볼 수 있었다. 뾰족한 수도 없으니 아기 돌보는 일과 온갖 집안일을 전부 하며 지냈다. 할 만하다고 여겼는데, 누적된 피로에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쳤다. 집에 돌아온 지용도 항상 지쳐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힘들다는 말을 계속 삼켰다.
주말에도 일정을 잡아야 할 것 같다는 말에 갑자기 화가 났다. 주말 만이라도 남편과 아기와 같이 쉬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해주기로 약속했던 집안일을 해준다던가, 세탁해 다시 깔아 놓은 이부자리를 알아줬음 했다.
남편은 “미안해, 고마워, 고생했어.” 이런 말을 자주 했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러지? 듣지 않은 사람처럼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었다. 표현해 줬는데 왜 만족이 안될까. 아기를 재우고 한참 생각을 이어갔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남편에게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은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고생했어 가 아니라 “힘들었지. 힘든 거 없었어?“ 였다. 그리고 대화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한결 좋아졌다. 속마음을 발견해서 다행이다. 원하는 말을 찾아내서 다행이다.
어서 바쁜 일이 마무리되고 남편과 아기와 편안한 쉼을 누리고 싶다. 힘들었지?를 나누지 않아도 되는 그런 하루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