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안 아픈 게 좋다
처음엔 몰랐다. 가을과 겨울에도 아기 입을 나시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걸 몰라 가을 즈음에 열 나는 아기를 두고 부랴부랴 여름옷 서랍을 뒤졌다. 아기는 한겨울에 나시 입을 일이 있다.
처음에는 방법을 몰라 당황하고, 걱정했었는데 겪어 본 일이라 제법 대처가 된다. 열이 나면 가볍게 입힐 옷 몇 벌 항상 꺼내두기. 체온계 가까운 데 두기. 혹시 내가 아플 상황에 대비에 약 사두기. 잘 먹는지 확인하기. 등등
기침을 가끔 하더니 재채기하면 두 줄의 콧물이 시원하게 쏟아져 나와 턱 끝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설사도 하고. 이번엔 초기에 병원을 들렸다. 오늘은 한 바이러스가 감기와 장염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열이 오르니 옷을 시원하게 입혔다. 여름에 큼직하게 입힌 옷이 딱 맞아 웃음이 났다. 아파도 잘 먹고, 잘 노는 바다군. 잘 줄 알고 잠자리에 갔는데 몇 번을 탈출했는지 모른다. 컨디션 좋아서 감사. 엄마 안 아파서 감사. 조급하지 않은 내 모습이 제법 뿌듯했다.
바다도 그만큼 편안해했다. 아기들은 아프면 엄마를 계속 찾아온다. 평소에는 엄마 품을 벗어나 이곳저곳 누비며 놀기 바빴던 아기도 어느 때보다 몸을 꼭 붙여 빈틈없이 안긴다. 안을 수 있을 때 많이 안아두어야지.
4월에 어린이집 가는 바다. 단체 생활을 시작하니 어쩔 수 없이 아플 일이 많다고 한다. 곧이다. 마음의 준비를 조금 더 해본다. 이렇게 또 조금씩 단단한 엄마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