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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음을 저렇게도 몰라

몰라 엄마가 되어도 몰라

by 한송이

“아~~~~~~진짜 잘 잤다."


아기랑 12시간 푹 자고 일어난 아침. 그날따라 유독 컨디션이 좋았다. 평소처럼 아침 시간을 보내며 매일 오늘 같은 컨디션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는데 변기가 새빨게 져있다. ‘피?!!' 평생 화장실에서 고생해 본 적도 없고, 심지어 통증도 없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아기는 밖에서 빨리 나오라고 문을 두들기는데 당황한 나는 순간 정지됐다. “바다야, 엄마 병원 가야겠다. 당장.” 알아듣지 못하는 바다에게 상황 설명을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하필 그날은 남편에게 중요한 스케줄이 있어 당장 오라고 할 수도 없었다. 다행히 집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아기를 봐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동생을 기다리는 30분 동안 어찌나 시간이 안 가는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이것저것 챙겨두고도 시간이 남았고, 야속하게 배는 또 살살 아파오고 있었다. 인사만 나누고 부리나케 병원으로 향했다. 그 결과는 수술. 의사 선생님은 그리 큰 일은 아니라는 듯이 수술을 말했다.


“피가 계속 나겠어요. 피가 멈추도록 오늘 수술해 드리겠습니다.”


“네? 수술이요? 오늘이요?”


출산도 자연 분만으로 했는데, 난생처음 하는 수술의 날이다. 통증 없이 증상만으로도 수술할 일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사이 남편에게도 전화가 오고, 엄마에게도 전화가 와 있었다. 순식간에 수술 전 검사와 입원 수속을 하고 병실에 누웠다. 꼬리뼈 마취와 수면 마취를 시작으로 기억은 사라졌다. 진짜 수술을 했다.


오후에 수술하고, 저녁에 퇴원하면 된다더니 내일 아침까지 있다가 퇴원하란다. '아니, 아기는 어떡하지!’ 서둘러 소식을 알렸다. 이미 엄마와 아빠, 동생이 우리 집에 와 있었다. 엄마는 더 쉬고 오라는 말을 했고, 치킨 파티를 준비 중인 사진이 카톡에 올라왔다.


“아니! 지용이가 혼자 아기 보면 되는데 뭘 우리 집에 와 있어! 그러지 말라니까!" 그랬더니 엄마는 엄마 마음을 모른다며 전화를 끊었다.


일은 이미 벌어졌고,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하룻밤을 보냈다. 히터가 작동하는 소리와 중간중간 수액을 체크하러 오는 발걸음에 깊은 잠을 못 잤다. 눈만 감고 있는 밤이었다.


나는 얼마나 집에 가고 싶었는지. 남편이 챙겨다 준 베개를 병실에 두고 퇴원했다. 집에 가니 무척이나 화목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집도 깨끗해져 있었다. 싱크대 청소도 돼있고, 소고기가 잔뜩 든 미역국이 끓여져 있고. 꽃병에 물도 새로 갈았다며 엄마가 말했다.


“집 나갔다 왔을 때 집이 깨끗하면 좋잖니. 엄마들은 그래."


맞다. 좋긴 좋은데 민망하기도 하고 정말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라는 마음이 들어 투덜댔다.


“엄마 마음을 저렇게도 모를까~”


다 커서 저런 말을 듣다니. 반나절 외박이었는데 서로 할 말은 얼마나 많은 지 식탁에 앉아 한참을 떠들었다.


수술 중에 심한 몸부림을 쳤는지 양쪽 팔에 알 수 없는 멍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퇴원하며 옷도 갈아입었는데 난 그것도 몰랐다. 엄마가 발견해서 알았다.


엄마가 돼도 엄마 마음을 저렇게도 모른다. 나도 그러려나. 언젠가 알게 되려나. 아님 평생 모를 마음이려나.


수술은 잘 됐고, 긴급했던 하루도 잘 마무리가 됐다. 바다는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마냥 행복하다. 수술 부위가 찌릿할 때마다 생각한다. 엄마가 미리해 둔 집안일이 너무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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