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편집이 필요없는 인생

돌잔치 D-1

by 한송이

1년 동안 바다의 성장을 보여주는 영상을 만들다 생각했다.


편집이 필요 없는 인생이잖아.


돌잔치를 하루 앞두고 칠보산 정상에 올랐다. 신선한 숨을 쉬러 초입에만 들르려 했는데 향기로운 소나무 냄새에 이끌려 계속 올랐다. 지용은 운동을 해서 신났고, 바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구경에 신났고, 나는 우산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이끌며 산을 올랐다.


산바람을 맞으니 안 좋은 것들이 날아가고 좋은 것만 몸에 남는 것 같았다.


체력이 모자라 힘겨운 산행이었지만 두 남자의 행복하고 편안한 모습을 보니 그래도 버티며 오를 수 있었다.


눈앞이 핑 돌고 헐떡거리는 나. 그 마저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존재만으로 소중한 바다를 보며 삭제와 편집이 필요 없는 인생은 나 또한 마찬가지이니.


산행을 마치고 가볍고 깨끗한 마음으로 아기의 일년과 부모로서의 일년을 기념할 준비를 마쳤다.

keyword
화, 금 연재
이전 17화분수토의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