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분수토의 교훈

아기가 이렇게까지 토할 수 있다니

by 한송이

어제 밤 바다가 말도 안되는 양의 토를 했다. 조그만 몸에서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5번의 분수토. 땅에서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그 분수처럼 힘차게 토가 나온다. 몸에서 도저히 받아줄 수 없다고 강력히 거부하는 기세다.


아기는 누워있지 못하고 앉아있다가 어마어마한 속도와 양으로 토사물을 뱉어냈다. 때마다 울었다. 이불도 내 옷도, 지용의 옷도 다 적실 정도였다.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아침에 먹은 죽까지 다 뱉고서야 끝이 났다.


지난 주말 나도 5년에나 한번 할까 말까 한 토를 하고 오한이 와서 고생했다. 구토가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는데. 주말에 내가 먼저 겪지 않았다면 바다가 얼마나 힘들지 알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파서 끙끙대고 보채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토한 자리를 치우고 세탁하는 것도 옷을 계속 갈아입히는 것도 쉽지가 않다. 힘에 부치고 정신력도 떨어졌다. 정말 다행히도 남편은 묵묵히 치우고 기다리길 반복했다.


나는 왜라고 자꾸 묻게 되었다. 어린이집? 스트레스? 항생제? 바이러스? 내가 잘못 돌본 일이 있는지 계속 뒤로 감기를 했다. 그걸 알아내야 할 것만 같았다. 스스로 추궁하며 문제에 갇혀있을 때 지용은 거기서 계속 꺼내주었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소동이 끝나고 단잠을 허락받아 다행인 아침을 맞이했다. 지치고 힘들어서 말씀을 읽지 않고 쉬려고 했다. 책을 미뤄두니 지난 일주일 동안 받은 은혜와 힘이 어디서 왔는지가 떠올랐다.


아직 겪어 보지 않은 일이 더 많은 초보 엄마. 날마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지혜와 힘을 얻기 위해 애써본다. "왜?" 라는 죄책감에서 벗어나 "어떻게?"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니 무언가 다르다. 상황에 파묻히지 않고 빠져나오기 수월해진다. 이렇게 또 배운다. 아기가 자라는 과정을.

keyword
화, 금 연재
이전 16화엄마는 약함 숨기기 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