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어머니~ 학부모 상담 언제가 좋으세요?"
오. 바다 어머니도 학부모 상담이라는 말도 너무 낯설다. 어머니라는 말은 들을 때마다 감개무량이다. 그나저나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려나? 나 혼자인 방에 앉아 괜히 옷매무새를 한번 만져보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다.
드디어 상담의 날. 생각은 했지만 소득은 없었고 그냥 특별한 준비 없이 갔다. 작은 다과를 차려놓은 키 낮은 유아 책상을 두고 마주 앉았다. 선생님은 일과 후라 지쳐 보이셨지만 밝은 웃음을 잃지 않으시며 애쓰고 계셨다.
'내게만 낯설고 어려운 게 아니라 선생님도 그러시구나.'
그렇다. 선생님 입장에서 나는 아기 부모님이다. 서로 어떤 사람일지 모른 채 대면하고 대화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입장은 서로 다르지만 친절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인 처지.
부담스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어 편하게 말하셔도 된다고 했지만 그렇게는 될 수 없는 관계 같았다.
선생님은 지내는 3주 동안 관찰하고 발견한 바다의 특성과 기질, 성품에 대해 알려주셨다. 내가 아는 바다와 같았다. 안도감이 들었다. 새로운 사실은 친구들과 있을 때 어떤지 정도. 상담 내내 내가 불편하게 들을까 신경 쓰는 마음이 느껴졌다.
다른 타인이 아기에 대해 설명해 주니 기분이 묘했다. 나보다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여기며 지냈는데 이젠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정말 함께 키워주는 사람이 생긴 거다.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앞에 놓인 음료수를 동시에 마셨다. 시원한 목 넘김을 따라 위까지 흘러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긴장했었나?'
함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어린이집을 나섰다. 비가 내리고 깨끗이 그친 오후, 동네가 무척이나 산뜻했다.
정작 어린이집 생활하는 아기의 입장은 아직 들을 수가 없다. 바다가 좋아하는 산책이 하고 싶어 졌다. 낯선 곳에서 잘 적응하고 웃으며 지내주어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너와 어서 대화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