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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을 먹이며 엄마를 생각한다.

아침밥의 사랑

by 한송이

아침밥을 차린다. 아침 먹지도 않던 내가 밥을 차려야하는 날이 왔다. 아기가 죽으로 만든 이유식말고 우리가 먹는 쌀밥에 손을 뻗는다. 냠냠 쌀밥을 씹어 넘길 줄 알게 된 바다. 이제 밥과 국과 반찬이 필요해졌다.


엄마랑 살 때까지는 아침 식사를 했다. 시집 가기 전까지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항상 식탁에 차려진 작은 아침 식사를 먹었다. 죽, 볶음밥, 토스트, 시리얼, 국과 밥 등으로 다양하게 배를 채우고 하루를 시작했다.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밥보다 잠이 더 좋아 아침을 걸렀다. 우유가 든 라떼를 식사 대용으로 여기는 정도였고 주말엔 눈 뜨면 점심이니 점심 밥을 먹으면 되었다.


그러다 임신을 하고 열매를 품고 나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배고픔에 아침밥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아기 바다를 키우며 한동안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여겼다.


싱그러움이 창문으로 넘어 들어오는 4월의 아침, 밥을 차린다. 와, 나도 아침을 차리는 날이 오는구나. 내가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아기 먹을거리를 만들며 나도 같이 먹는다. 아기 걸 먼저 만들고 덜어낸 뒤 간을 조금 더해 먹는다. 쌀밥을 먹이며 엄마를 생각한다. 내가 겪었던, 지금까지도 받고 있는 밥상 위의 사랑이 우리 집에 흐른다.


안 먹어도 그만이던 아침의 밥. 한 숟가락 더 먹고 갔으면 하는 그 마음이 이제 내 마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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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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