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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맞는 두 번째 생일

나다운 하루

by 한송이

혼자 남은 아침 시간. 드립백으로 따뜻한 커피를 연하게 한잔 내려 식빵과 삶은 계란으로 간단한 식사를 했다. ”아-좋다. “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250520 오늘은 나의 서른다섯 번째 생일날.


라디오를 들으며 어떤 하루를 보낼까 생각했다. ’ 지용과 붐비지 않는 식당에서 건강한 점심 식사를 하고, 맛있는 라떼를 마셔야지.‘


집안일을 부지런히 마무리하고 집을 나섰다. 미리 골라 둔 식당에서 먹고 싶었던 문어 요리를 먹고, 조금 걸은 뒤에 그리웠던 카페에 가서 플랫화이트를 마셨다.


서른다섯 살의 나는 돌 지난 아기 엄마가 되어 지낸다. 작년에는 바다를 낳고 한 달 만에 생일을 맞이해서 하루 종일 졸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늘은 다르다. 불과 1년 만에 몸도 다시 가볍고, 졸리지 않고, 마음에 여유도 있다는 게 놀랍다. 여전히 건강한 음식을, 오래된 재즈음악을, 나무 바닥으로 된 공간을, 사람들을, 숲을, 글과 책을, 커피를 좋아하는 나 또한 그대로다.


점심에는 남편과 잔잔하고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아기 바다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데이트했다. 보기만 해도 웃긴 두 남자들.


축하의 말을 건네어 준 모든 사람에게 고맙다. 여전히 환영받고 있음을, 나를, 이름을 기억해주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 뭉클한 선물들이었다.


가정생활 이외의 다른 활동들을 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생일을 축하해 주고, 연락해 주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에이 또 한살 먹었어‘가 아니라 또 하나의 초를 더 켤 수 있도록 생명을 지켜주신 은혜가 바다같이 넘쳐흐른다.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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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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