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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끝맘이라는 말로는 모자란

아기와의 1년

by 한송이

아기 낳고 변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대부분 차분해졌다던가 힘들어 보인다던가 외로워 보인다는 말이다. 이를 감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마저도 애쓰고 있는 것이다. 솔직하게 지내야 덜 피곤했다.


엄마로의 부르심은 어떤 삶인지 상상해보려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뱃속에서 생명이 자라고 있을 때도 태어났을 때도 믿을 수 없는 신비였다.


작은 울음에도, 끙끙대는 조그마한 꿈틀거림에도 이유를 알 수 없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유를 알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고. 언제 배가 고플까. 언제 졸릴까. 괜찮은 걸까. 왜 그러지. 하루 종일 수많은 물음표와 함께 산다.


혼자 있는 시간의 육아를 책임지기 위해 나는 에너지를 비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체력과 정신력을 보존하고 일이 일어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랐다.


특히 돌 전까지는 여러 면에서 아기가 미숙하고 연약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것이 많다.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다해줘야 한다. 게다가 이 시기는 엄마가 뭘 가장 모르는 시기다. 늘 엄마로서 부족하다고 느낀다. 긴장과 불안이 쉽게 찾아온다.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처음이니까.


반대로 행복해 보인다. 아기와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더 예뻐졌다. 얼굴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어떤 걸 내 모습으로 받아들일까. 종종 힘들고 외로웠다. 그러나 엄마가 아니라도 그런 순간은 있다고 여겼다.


외할머니께 드릴 바다 사진앨범을 만들다 생각했다. 여전히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바다는 너무 멋지게 자랐다. 끊임없이 웃고 살았다. 귀여워서 기뻐서 놀라서 기특해서 감사해서. 보내주신 이가 끝까지 자라게 하실 줄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이토록 나를 지키신다고 느꼈을 때가 있었던가. 사랑도 은혜도 넘치게 받으며 산 일 년. 돌끝맘이라는 단어로 일 년을 마무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위에 사랑과 은혜는 지금도 흐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쉬지 않고 흐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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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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