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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신혼부부의 사랑법
01화
당신의 뇌쇄적인 눈빛을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운명적인 첫 만남
by
정민유
Feb 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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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반이 지나는 시점에서 번개모임을 합니다'
2019년 6월 어느 날 페친이
번개모임을 한다는 글을
보았다.
그걸 보는 순간
이미
그 장소에 가 있는 착각이 들었다.
'여기 꼭 가야겠다.'
참석하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근무하는 정신과 상담센터에서 야간 상담이 있는 날이었다
.
'아.. 꼭 가고 싶은데...' 하는 마음이었지만 확답을 하지 못했었다.
막상
그날이 되어
조마조마한
마음에 병원 데스크로
향했다.
"저 오늘 야간상담 잡힌 거 있나요?"
" 아니요 아직까진 없는데요"
"아싸!!!"
마음속에서 작은 종이 울리는 느낌이었다.
부리나케 준비하고 택시를 타고 모임 장소가 있는 인사동으로 향했다
.
가슴이 뛰었다.
장소를 못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때 이른 더위에 땀이 좀 났다.
겨우 겨우 그 장소에 도착해 보니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모두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주최자인
페친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여자들이 앉아있는 두 번째 테이블로 걸어 들어가다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는 그 찰나의 순간!!
1초도 안 되는 시선의 얽힘이었지만 그 순간에
서로의 존재가 빛의 속도로 마음을 뚫고 들어와 버렸다
.
' 이게 바로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건가?'
그 시선을 마음에 담고 자리에 앉았다.
한 30분 정도 여자들끼리 신나게 얘기를 하는데 뭔가 오른쪽 얼굴에 시선이 닿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까 그 남자였다
.
날 바라보는 그 남자를 바라보며
“이리 오세요”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난 그를 불렀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테이블로 왔다.
여자 다섯 명만 있는 테이블 중간에 그가 용감하게 앉았다. 지금의 남편 성격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신 그날 어떻게 여자들만 있는 테이블로 올 수 있었던 거야?"
" 이거다 생각이 들면 돌진하는 거야. 머뭇거리다가 는 기회를 놓치게 돼"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내가 들어올 때 내 등 뒤에서 아우라를 봤단다)
난 2015년에 27년의 결혼생활의 막을 내렸다.
아버지가 원하는 집안의 전문직을 가진 남자와 선을 보고 53일 만에 결혼을 했다.
부잣집 외아들로 귀하게 자란 왕자였다.
이미 결혼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 결혼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나에게 이혼이라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이었고 정말 힘들고 상처투성이의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께 따뜻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 애정결핍이 있었던 나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는 너무나 절실했었다.
그런데 나의 결혼생활은 겉에서 보기엔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었지만 내가 가장 원하는 사랑이 빠져 있었다. 그래서 죽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보고 싶었고 용기를 내서 이혼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혼 후에 그런 남자를 만나는 건 불가능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려던 시점이었다.
그 남자는 내 앞자리에 앉았다.
하얀 얼굴에 검은색 뿔테 안경, 반곱슬에 앞가르마를 한 약간 긴 헤어스타일, 쌍꺼풀 없이 큰 눈, 게다가 눈빛이 아련했다. 하늘색 셔츠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하얀 스니커즈를 신은 균형 잡힌 몸매.
외모는 일단 딱 내 스타일이었다.
서로 탐색전이
시작되었다.
“ 어려 보이시는데 몇 살이세요?”
" 저 50살입니다"
모든 여자들이 경악했다. 그는 30대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안이었다. 하지만 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혹시 교회 다닌 적 있나요?”
" 네 어릴 때 다녔고 식구들도 다 크리스천이에요"
“ 혈액형이 뭐예요?”
" A형인데요"
내 입꼬리는 점점 더 올라갔다.
게다가 그는 총각이었다. 나만 몰랐지 거기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아는 작가였다.
난 예술가의 리즈가 되고 싶은 로망이 있었기에 더욱더 그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 테이블에 앉은 여자들이 동안의 분위기 있는 이 남자에게 엄청난 관심을 가졌다.
그의
옆엔 동갑이고 싱글인 여자분이 있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그 두 사람을 엮어주려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내가 의기소침하게 있으니 그는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눈빛으로 빙그레 미소 지으며 날 바라보았다.
내가 그즈음 나와 가장 잘 맞을 수 있는 이상형을
일기장에 적어놓았었다
.
‘뇌섹남에 A형의 크리스천이고 배려심 많고 서로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고 책과 음악을 좋아하고
서로 같은 강도와 양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여행을 많이 다니고 소소한 기쁨을 느끼며 살고 싶다’였다.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빛은 순수했고 꿈을 꾸는 것 같이 느껴졌다. 어린 왕자의 이미지였다.
그가 나의 이상형에 거의 90% 이상 가깝다는 게 느껴졌다.
난 그걸 확인한고 난 후 계속해서 그에게 눈빛으로 그 마음을 전했다.
2차로 노래방을 갔고 어느 정도 탐색전을 마친 우리는 자연스레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화장실을 가는데 그가 따라왔다.
(
참고로 공용화장실이었음)
난 화장실에 문 안에서 볼 일을 보고 있는 상태였고 그는 문 앞에 서서
“ 당신의 뇌쇄적인 눈빛을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뭘
그걸 물어봐야 아나? 내가 그렇게 들이댔는데..'생각하며 곧바로
“ 네”라고 대답하고 문을 열고 나와 그의 볼에 뽀뽀를 했다. 그날이 우리의 1일이 되었다.
왜 그렇게 이 모임을 오고 싶었는지 의문이 풀렸다.
그땐 우리가 어느 정도의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을지 상상도 못 했었는데...
우리의 인연은 첫 눈 맞춤에서 시작되었다.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있나 보다.
그날 야간 상담이 있었다면 우린 영영 못 만났으려나?
내가 그를 부르지 않았다면?
못 만날 이유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우린 만나졌다.
내 이상형을 말하면 모두들 이번 생에는 없을 거라 포기하라 했지만...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갈망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꿈은 포기하지만 않으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그렇게
우리의 첫날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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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신혼부부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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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작이 잘 맞는 INFP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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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이 좋아 아무 연고도 없는 강릉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강릉에서 노는 언니가 되었습니다. 중년 부부의 강릉살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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