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남편과 동네 중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갈 때였다.
화창한 초여름의 따가운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에 휴가지를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 이 느낌 뭔가 익숙하다. 이 냄새 어디서 맡아봤지?' 유독 후각이 예민한 난 이 익숙한 느낌을 기억 속에서 더듬었다. 그러다 기억 속에 있는 한 장소를 낚아 올렸다.
" 와~알았다. 여기 부산 같지 않아?"
" 어? 나도 딱 그 말하려고 했는데.."
남편과 텔레파시가 통했나 보다.
" 저기 봐봐. 바다 보이지?" 난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비릿한 바다내음도 나는 듯했다.
" 바닷바람이 시원하네" 남편도 맞장구를 쳤다.
" 우리 부산 놀러 갈까?" 갑자기 부산에 가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쳐 말하는 내게 남편은 역시나
" 그래. 다음 주 주말에 갈까?"라고 말했고
"좋아. 좋아. 이따 정민이네 오면 같이 가자고 해보자"
이렇게 충동적으로 부산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날 오후 여동생네 부부가 우리 집에 방문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 정민아 우리 부산여행 같이 갈래?"라고 말을 꺼냈더니 여동생은
" 어? 오늘 우리도 부산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라는 거다.
" 진짜? 너네도 그 얘기를 했었다고?"
진심 놀라웠다.
설마 하는 마음에
" 혹시 몇 시쯤 그 말을 했었어?" 하고 물어보니
" 예배 끝나고니까 한 12시 반쯤.."
" 와~~ 우리도 딱 그 시간쯤이었는데... 진짜 신기하다"
그렇게 우린 부산여행을 함께 가기로 했다.
허리가 아픈 나 때문에 우리 부부는 KTX를 타고, 운전을 좋아하는 여동생네는 차를 가지고.
난 바로 KTX 표를 예매했고 제부는 숙소를 예약했다. 검색의 대왕인 제부는 룸이 2개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난 토요일에 12시에 상담이 끝나니 1시 45분 차를 예매했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남편은 부산여행을 마음에 머금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얼굴에 커다란 뾰루지가 2개 생겨버렸다.
난 무릎이 아픈 나 때문에 같이 간 일행에게 불편을 줄까 봐 새로 필라테스를 시작하고 무릎보호대도 샀다.
드디어 기다리던 토요일 새벽 6시쯤 눈이 떠졌다.
휴대폰에 11시 내담자의 카톡이 와 있었다.
" 선생님 오늘 사정이 생겨 상담을 못 갈 것 같아요.
죄송해요"
" 아.. 괜찮아요. 다음 주에 만나요"
" 아싸!!!"
상담사로서 내담자의 취소 문자가 이렇게 반가웠던
적이 있었던가?
그 순간 바로 코레일 앱에 들어가 더 이른 시간의 열차표가 있는지 검색을 해봤다.
1시간 반이나 빠른 표가 있었다. 혹시나 놓칠세라 예약을 하고 빛의 속도로 결제를 했다.
' 아... 그런데 남편과 자리가 떨어져 앉아야 하는 표였다. 하물며 1호차와 11호차...
마지막 남은 좌석 2개를 예매했나 보다.
그래도 부산까지 가는데 1시간 반이 어디야? 잠시 떨어져 앉는 건 별일 아냐.
그래서 11호차에 내가 먼저 탔다.
앉고 보니 서로 마주 보는 좌석이었다. 마주 보는 좌석은 처음이었다. 뭔가 어색할 것 같았다.
옆좌석엔 남자분이 먼저 앉아 계셨다.
남편이 자리를 바꿔주실 수 있는지 부탁했으나 너무 멀리 있어서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눈물을 머금고 남편은 1호차로 갔다.
" 옆자리에 예쁜 여자 앉은 거 아니야?"라는 내게 남편은 비스듬히 셀카를 찍어 남자분인 걸 확인시켜 주었다.
마주 보는 좌석엔 젊은 커플이 앉아 쉴 새 없이 조잘조잘 대화를 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간 그 커플 얘기만 엿듣는 게 될 것 같았다.
'난 뭐 하지..?' 고민하다가 몇 달 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주절주절 쓰고 있다.
여동생네는 벌써 숙소에 도착해서 점심 먹는 사진을 보내왔다. 4시간 반 쉬지도 않고 달렸단다.
역시나 대단하다. 에너지 넘치는 여동생 부부와 넷이서 하는 여행은 처음이라...
'과연 이번 부산여행은 어떤 추억들을 만들어 줄까?'
'어떤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일어날까?'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이 시간이 여행의 즐거움 중 큰 기쁨이다.
글을 쓰고 보니 벌써 1시간 10분이 훅 지나갔다.
이제 1시간 20분 후면 부산 도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