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수치스러운 게 아니다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

by 정민유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내가 수치스러웠다'

아침에 어느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문장에 마음이 머물렀다.

과거의 내 모습과 오버랩이 되며 그분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글을 쓴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없으셨던 분이셨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사람들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자신의 모습을 수치스러워했다는 구절이었다.


나도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해결이 되지 않아 자신을 자책하고 수치스럽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기에 더 내 마음에 그 문장이 와닿았나 보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싶어 하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싶어 하듯 사랑이 고프면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한 욕구인데...

유독 사랑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그런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다.

'남들은 그렇게 사랑에 목말라하지 않는데 왜 유독 나만 사랑에 집착을 할까?'

그래서 그런 내 마음을 모르는 척 회피하고 열심히 아이들 양육에만 전념하고 살았었다.



그러나 나중에 상담공부를 하며 회피하고 있던 내 상처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에게 공감적이고 따뜻한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너무나 부족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스코리아였던 자기애적인 엄마는 따뜻한 사랑을 줄 수 없는 분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던 거다.

오히려 아빠가 큰딸인 나를 사랑하는 것조차 질투하셨다는 것도..


이런 얘기를 사람들에게 하면 대부분

"설마 엄마가 딸을 질투하다니 말도 안 돼요"

" 세상에 그런 엄마가 있다고요?" 라며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하신다. 하지만 그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부모로부터 헌신적인 따뜻한 사랑을 받아본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 이 사람은 부모에게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구나..' 그게 몸으로 느껴진다. 그런 분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별로 보지 않고 말이나 행동이 자연스럽다. 뭔지 모를 생명력이 내면에서부터 넘쳐흐른다.


그런 분들을 보면 너무나 부러워했었다.

결국 오랜 시간 엄마로부터 지속적인 상처가 누적되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심리상담을 받았다.

상담 20회기 가까이 엄마 얘기를 하며 울었다. 쌓인 눈물이 얼마나 많은지 나도 놀랄 정도였다.


그리고 처음 상담을 받을 때 선생님이 읽어보라고 권유해 주셨던 책이 있다. <폭력의 기억,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이었는데 그 책 에필로그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아이는 부모에게 사랑받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부모에게 애정, 관심, 보호, 친절, 보살핌을 받아야 하고 부모가 늘 자기와 의사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선물을 전혀 받지 못했다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그 최초의 욕구를 충족하고 싶은 갈망이 '과거의' 그 아이를 평생 떠나지 않는다.

또한 사랑을 덜 받고 교육이라는 핑계 아래 무시당하고 학대받은 아이일수록 어른이 된 이후에 자기 부모나 부모와 같은 존재에게 더 강하게 매달린다. 그리고 그 옛날 그 중요했던 시기에 부모에게서 받지 못했던 모든 것을 그들에게 기대한다. 그것이 몸의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과거에 받지 못한 부모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받는다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게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그 기대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집착하게 된다.


이 책은 나에게 그동안 마음속에 응어리져있고 혼란스러웠던 것에 대한 마음의 족쇄를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내가 왜 그렇게 사랑에 집착하는지 보여주는 모범답안지였다.


나르시시스트 엄마에게 상처받은 딸들은 그런 비슷한 남편을 만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결국 결혼해 보니 전남편도 나르시시스트였다.

나르시시스트였던 전남편에게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갈구하며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무조건 맞추며 살았던 오랜 세월...

사랑받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전남편도 사랑을 주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었다.

결국 말라버린 우물에서 물을 퍼올리려는 미련한 짓을 27년 만에 그만두었다.


소중하게 사랑을 받아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을 소중히 대해주는 사람에게 끌리기보다는 자기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사랑을 줄 거라고 생각하고 그 대상에게 착 달라붙는다. 소위 "관계중독"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무조건 끌림에 의해 섣부르게 연애를 해서는 안된다. 그 감정이 강렬할수록 의심해보아야 한다.


애정결핍이 있고 학대적인 부모에게 상처가 있는 분들은 사랑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에 연애 초기에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배려해 주는 분과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만큼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은 생명만큼 간절한 욕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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