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이 날 사랑해 주신 주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걸 주시는 분

by 정민유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 마음속엔 감사함보다는 서운함과 억울함이 가득 차 있었다. 큰딸로서 사랑을 받기보다는 뭔가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컸다. 요즘에도 그런 감정이 올라와 감사한다고 말하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해본다.

원가족에서 겪는 일들은 지금도 나를 아프게 한다.


하지만 6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가장 감사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켜주시고 귀하다고 여겨주시는 하나님 은혜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그 감사함과 사랑을 모르고 지냈다. 스스로 열등감과 우울함, 자기 연민 속에 살았다.

부모에게 따뜻함을 받지 못했다는 상처가 나를 찌르고 오랜 시간 곪아버려서 행복하지 못했다. 내가 누리고 받은 은혜들이 많았으나 내 눈은 그걸 볼 수 없는 상태였던 거겠지.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은혜였소


은혜라는 찬양의 가사이다. 이 찬양을 듣는 순간 난 부족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살아왔는데 당연하게 누리고 살았던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라 은혜였다는 것이 마음에 확 와닿았다.

그러면서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순간순간 하나님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6학년 때 점심을 먹고 난 후 고등학교에 있던 기도실로 달려갔었다. 외롭고 마음 둘 곳 없었던 그 시절 기도실에 앉아 무슨 기도를 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여리고 순수했던 그 아이의 마음에 주님이 계신다는 것이 큰 위안이었겠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장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소녀 민유가 하나님께 무슨 기도를 했었는지 들어보고 싶다. 그때 기도를 들으시는 주님 마음은 어떠셨을지도.


결혼 이후 고된 시집살이와 나에게 무관심했던 전남편에게 상처받고 방바닥에 쓰러져 가슴 찢어지게 울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주님 마음은 어떠셨을까?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주님이시니 더 아파하셨을 거라 생각된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건 잘못이 아닌데.’

그 당시에 썼던 일기를 보니 이런 문장이 있었다. 공허한 마음을 채울 길 없어 일기에 그 마음을 적어 내려갔었다. 그 일기를 읽으며 그 시절 느꼈던 외로움과 공허감이 느껴져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항상 마무리는 주님에 대한 사랑과 감사로 끝내는 나를 발견했다. “주님 다 듣고 계셨죠? “나이 든 내가 봐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니 주님 마음도 그러셨겠지.


이혼 이후에 난 변해갔고 세상적인 데서 만족을 채우려 했다. 주님이 없는 것처럼 살았다. 그러나 주일에 교회는 꼬박꼬박 출석했다. 그러나 삶을 내 뜻대로, 내 의지대로 살았던 시절이었다. 내 삶의 주인이 나였다. 주님은 그런 나를 정죄하거나 버리지 않으셨다. 아마 내 마음속에 가장 큰 욕구가 사랑하고 사랑받고 살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거라는 걸 알고 계셨기 때문이리라.


나의 이상형을 말하면 사람들은 이번 생에는 그런 사람을 만나긴 힘들 거라며 웃었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다. 좌절감을 많이 겪은 후 결국 현재 남편을 만났고 내 소원은 이루어졌다. 주님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마음속 소원을 이루어 주시는 분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도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것을 주시는 분.


요즘 4개월 간 무릎관절염으로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처음엔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인간적인 방법으로 치료해 보려 했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다. 그때 느끼는 좌절감은 엄청났다. 자연스레 밖으로 다니기보단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내면에 집중하게 되고 주님께서 치유해 주시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경건의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주님과의 친밀감이 회복되고 있다. 그래서 나의 통증에 감사한 마음까지 생겼다. 이젠 내 관절염을 고쳐주실 거라 확신한다.


지금 더없이 행복하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소소한 기쁨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걸어왔던 모든 과정에 주님이 함께 계셨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는 게 더 크다. 그리고 나의 부족하고 연약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시니까.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앞으로 남은 삶 동안 더 깊이 주님과 친밀함을 유지하며 살거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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