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도실로 찾아오신 주님

by 정민유


시댁이 다니는 교회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믿음이 자라지 않았다. 성가대, 여전도회, 중창단, 10년 이상 열심히 교회를 다니며 노력을 했건만..


하물며 교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수석장로님 며느리로만 나를 대해주는 느낌이었다. 말하자면 텃새였다.

" 곱게 자라서 저래"

앞에서는 웃으며 대해줬지만 뒤에서는 날 흉보며 수근수근거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진심으로 좋아했었는데...


그렇게 친해지려고 노력을 했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사람들 사이에 내가 들어갈 틈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들 사이에서 난 영원한 이방인이었다.

깊은 배신감과 좌절을 느끼며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다. 교회에서 스스로 왕따가 된 것이다.


" 저 교회 옮기고 싶어요. ㅅㅁ교회 다니고 싶어요"

40살 때, 그렇게 골이 깊어만 가던 중 어떤 사건을 계기로 시부모님께 교회를 옮기겠다는 선언을 했다. 말하자면 며느리의 독립선언이었다.

오랫동안 다니고 싶었던 교회였기에 나도 모르게 그 말이 튀어나왔다.


시부모님은 처음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셨지만 내가 굽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아셨다.

이혼을 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아신 시부모님은 마지못해 허락을 하셨다.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말로 할 수 없는 환희를 느꼈다. "나도 이제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교회를 옮기고 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시작했다. 성경공부반에 들어가고 교사훈련도 받고 여전도회에 들어가고 전도학교 훈련도 신청했다. 날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와이프가 아닌 "정민유"로만 아는 사람들 속에서 처음으로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 교회엔 작은 기도실들이 있었다. 작은 방들이 쪼르륵 있었다. 그즈음 뭔가에 이끌리듯 내 발걸음이 기도실로 향했다.

초등학교 점심시간에 기도실에 갔던 때로부터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컴컴한 기도실에 문을 열고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주님"하고 부르자마자 억제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억누르고 말하지 못했던 고통과 억울함, 서러움의 감정들이 내포된 눈물이었다.


그러면서 지난 시간들의 장면, 장면들이 머릿속에 빠르게 지나갔다.

그때 " 민유야 왜 이제야 왔니? 난 널 항상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런 음성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림처럼 느껴졌다. 더 깊은 울음이 터져 나왔다. 주님은 초등학교 시절 기도실에 찾아와 기도하던 어린 소녀를 잊지 않고 계셨던 거다. 얼마나 나와 친밀한 관계를 원하셨을지... 그동안 나의 죄들에 대한 회개가 터져 나왔다.


" 주님 죄송해요. 전 세상에서 만족을 얻으려고 했었어요.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마음속이 텅 빈 것 같고 공허했어요. 이 세상 어떤 것에서도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없었어요. 전 너무너무 외로웠어요. 아무도 내 편은 없었어요. 주님이 한결같이 날 사랑해 주시는데 전 그걸 몰랐어요.

감사해요. 그리고 저도 사랑해요"


그날부터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흘렀다. 성경공부 시간에도 맨 앞자리에 앉아 계속 눈물을 닦아야 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울어도 울어도 어디서 그렇게 많은 눈물이 나오는지..

치유의 눈물로 내 영혼은 말갛게 씻겨졌다.


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우울하고 슬픈 얼굴 표정이 밝게 변했다. 사람들과 만나면 하나님을 전하고 싶어졌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느껴졌다. 얼굴에서 빛이 났다.


세상의 어떤 것보다 주님을 우선순위에 놓고 살았다. 두 딸이 중학교,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인데

전도학교에서 제주도로 전도훈련을 간다고 했다.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전도훈련을 가기로 결정했다.


'내가 하나님 일을 하면 하나님이 내 일을 해주신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7살 유치원생인 막내딸을 데리고 제주도로 전도여행을 갔다.

학부형들은 애들이 시험기간인데 전도훈련을 가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난 강한 확신이 있었기에 그런 시선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막내딸과 제주도에서 가가호호 전도도 하고 은혜로운 전도여행이었다.

그렇게 다녀오고 나서 시험결과가 나왔을 때 난 내 확신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두 딸 모두 역대 최고의 성적을 받은 것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역시 하나님은 절대 배반하지 않으시고 신실하신 하나님이시다. 언제든 문밖에 서서 우리가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시는 분. 그런 하나님이 나의 주님이라는 게 너무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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