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씨는 오늘도 먹고 싶은 마음과 먹으면 안 된다는 마음이 싸우고 있다.
누구보다 살찌는 게 싫으면서도 살찌는 음식만 먹고 싶은 것이다.
특히 빵과 과자가 연재 씨에게는 악마의 유혹 같은 음식이다.
”선생님 그저께 폭식을 하고 말았어요. 참으려고 했지만, 빵에 손을 대는 순간 정신을 못 차리고 식빵 한 봉지를 먹고 말았어요. “
”에구.. 그랬구나.. 식빵 먹은 후에 더 먹은 건 없어요? “
“아니요. 식빵만 먹고 가서 바로 토했어요. 토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속이 메슥거리고 배가 터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요…. 괜찮아요. 그러고 나서 마음이 어땠어요?”
“좀 속상하긴 했지만 그렇게 많이 자책하지는 않았어요.”
“자책하면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폭식이 더 이어질 수 있는데 계속되지 않은 건 많이 발전된 모습이네요. 혹시 폭식한 날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거예요?”
“음... 엄마가 그날 아침에 남동생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마음이 울컥했었어요. 우리 엄마는 역시 동생만 사랑하는구나...”
“엄마에게 그렇게 관심받고 싶은 마음이 많은데…. 그 상처가 또 폭식하게 만들었네요”
폭식증의 원인은 ‘심리적 허기’다
그러니까 배고파서 먹는 게 아니고
'감정적 섭식'을 하는 거다.
외로울 때, 화가 날 때, 우울할 때.. 등
부정적인 감정을 음식으로 푸는 것이다.
연재 씨처럼 어머니가 남동생만 사랑해서 편애의 상처가 있다든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바빠서 방치되었다든지,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란 자녀에게서 많이 발병된다.
마음의 공허감을 음식으로 채운다는 점에서 '음식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적인 질병이기 때문에 진료를 받고 약을 먹으면서 심리상담이 꼭 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폭식증에 대한 지식이 없는 분이 대부분이라 음식 하나 절제하지 못한다고 화를 내시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더 몰래 숨어서 먹게 되고 치료를 하는 시기가 늦춰지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하루 종일 먹고 6~7번씩 토하느라 일상생활이 전혀 안 되는 분들도 계시다.
하지만 의외로 폭식증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 분은 드문 것 같다.
폭식증은
-단시간 내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먹는 동안 음식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
-그리고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토하거나 이뇨제를 먹거나 강박적인 운동을 한다.
-체중과 외모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한다.
스스로 고쳐보고자 오랜 시간 노력하다가 안돼서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보통은 치료 기간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쉽게 치유되기 힘들다고 알려진 질병이다.
식이장애 전문 정신의학과에서 정말 많은 폭식증 내담자들을 만났다. 그분들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결국 심리적인 부분을 치유하니 폭식증은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연재 씨도 엄마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고 그 결과로 폭식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남동생을 더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폭식을 하는 횟수와 강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실 치료받기 전에는 온종일 음식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음식 생각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런 변화가 생겼을까요? “
”외롭거나 먹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먹는 것 말고 다른 것들을 하게 되었어요. “
”아…. 그래요? 그럼 그럴 때 어떻게 하나요? “
”책을 가지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보내고 와요. 그러고 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지고 먹고 싶은 욕구도 사라져요. 안 먹으려고 무조건 참았을 때는 먹고 싶은 욕구가 더 올라왔었거든요. “
”음식 이외에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늘려가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피하려고 하지 말고 그 감정 안에 잠겨서 느끼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해요. “
”뭔지 알 것 같아요. 한 번 시도해 볼게요. “
연재 씨는 열심히 진료와 상담을 받았고 어느 순간부터 음식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연재 씨 이제는 혼자서도 잘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네 한 번 해볼게요. “
”혹 시라도 다시 재발되더라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연락 줘요. 폭식증은 재발이 잘 되는 병이니까요. “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
”우리 모두 다 애썼어요. “
연재 씨와 종결을 하며 앞으로도 그녀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