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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새벽 Jul 27. 2022

홈스쿨링의 지지대, 시간표

시간표는 어떻게 홈스쿨링을 지속하는 힘이 되는가

 

 글감을 정한지는 이미 한 달도 더 되었다. 글감 목록에서 '홈스쿨링 시간표'라는 제목을 째려본지는 보름이 더 되었다. 분명히 신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알았던 글감이었는데 왜 선뜻 글을 풀어내기 쉽지 않았을까.


 뭔가 아는 척하면서 글을 쓰고 싶지 않았고 그리고 실제로 뭔가 많이 알고 있지도 않아서 자신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분투하고 있을 홈스쿨링 맘들에게 이번 글이 더 분발하라고 채찍질해대는 글이 될까 조심스러운 마음들이 뒤섞여 내 발목을 부단히도 잡아챘다. 그래서 더욱더 이번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했고 또 그래서 그 이유를 계속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찾았다. "홈스쿨링 시간표는 어떻게 홈스쿨링을 지속하는 힘이 되는가." 홈스쿨링 시간표가 결국 지금까지 홈스쿨링을 알게 모르게 지속하는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꼭 이 글감을 다루어야만 한다는 결론에 다다라 드디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간표는 왜 필요할까

 

 우리에게 시간표는 왜 필요한가. 홈스쿨을 하는 아이들에게 시간표가 필요한 이유를 논하기 전에 어른인 우리에게 시간표는 왜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싶다. 홈스쿨 하는 엄마에게 시간표는 필수적이다. 어떻게 보면 시간이 넘쳐나게 많을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시간이 너무 부족한 홈스쿨맘에게 시간을 선택하는 훈련은 필수적이다. 시간을 선택하는 훈련은 시간표라는 틀 안에서 활동을 계획하는 일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 때문에 홈스쿨맘에게 시간표가 필요한 것이다. 시간표 안에 이런저런 하고 싶은 일을 다 구겨 넣어보지만 결국 더 높은 가치의 우선순위에 따라 취사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더 열매 맺기 위하여 열매 맺지 않는 가지를 제거하는 일이 시간표의 보완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시간표의 힘 1. 안정감을 준다


 보완과정을 거치며 현재의 일상에 가장 잘 맞는 시간표를 찾게 되면 그 시간표에 따라 굴러가는 일상은 '루틴'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 그 루틴이 주는 힘이 참 크다. 가정에서 크고 작게 발생하는 변수에 따라 홈스쿨링은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은 등교하면 그만이라 가정의 대소사에 아이의 일상이 그렇게 크게 영향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홈스쿨링은 가정에서 하다못해 동생이 아파도, 또 어떤 때는 아빠가 연가를 받아도(야호! 외칠 일이지만) 크고 작게 흔들리게 된다. 그럴 때 루틴 안에 거하기를  힘쓰다 보면 변수의 영향은 루틴이 주는 안정감 안에서 다소 상쇄된다.


 이러한 루틴의 힘은 아이들에게서도 발견된다. 루틴 안에서 알게 모르게 아이들도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루틴 없이, 시간표 없이 무작정 쉬는 날은 아이들도 서로 싸워대거나 심심해를 입에 달고 다니거나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루틴이 주는 안정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간표의 힘 2. 시간 관리를 하는 훈련이 된다.


 시간표 자체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읽는 훈련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시간표를 통해 지금이 무엇을 할 때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하루의 시간을 인식하는 것과, 지금은 무엇을 할 때인지를 알고 하루의 시간을 대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시간표를 통해 시간을 경영하는 것에 대한 훈련을 받은 아이들은 엄마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기가 늦게 일어났는지, 그래서 오전 일과를 해야 할 시간이 촉박한지, 결국 마감을 늦게 하고 놀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크고 또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늦게 일어났다고 울부짖는 아침도 간혹 있다.


시간표의 힘 3. 게으름에 대한 훈련이 된다.


 이렇게 시간을 읽는 훈련은 게으름과의 싸움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학교생활이라는 강제 장치가 없는 홈스쿨러에게는 필수적이다. 시간표에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에 대한 우선순위가 가시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시간표대로 하루를 살아내는 연습을 통해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선택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일, 하고 싶은 일로 달려가고자 하는 자기를 부인하는 훈련이다. 그리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루려는 버릇, 곧 게으름의 싹이라고 볼 수 있는 본성에 대한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간표 훈련은 게으름과 싸우는 훈련에 대해 자체적인 보상을 제공한다. 해야 할 일을 계획된 시간보다 일찍 끝냈을 때에는 쉴 수 있고, 늦게 끝냈을 때에는 그만큼 쉴 시간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시간표를 운영하면 된다. 굳이 외부적인 보상을 제공하지 않아도 부지런히 일과를 끝내기 위한 동기부여가 저절로 되는 것이다.  게으름의 대가로 쉬는 시간이 줄어드는 고통이 있고 성실함의 대가로는 휴식이라는 보상이 있다.


 시간표가 이렇게 운영되었을 때에 쉬는 것도 잘 훈련될 수 있다. 쉬는 일이 게으름에서 나오는 행위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휴식이 되려면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하는(창세기 20장 9절)' 수고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쉬는 일이 게으름이 아니라 휴식이 되게 하는 것은 부지런한 6일이다.



 가정의 대소사 때문에 생기는 여러 변수로 홈스쿨링은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 때문에 하루 이틀 쉬려던 일이 1-2주를 쉬는 일이 되기도 한다. 엄마가 동생을 출산하기라도 하면 1-2주가 아니라  달을 쉬어야  때도 있다. 1-2주를 쉬든  달을 쉬든 홈스쿨링이 지속되게 하는 여러 원동력  하나는 분명히 홈스쿨링 시간표다. 그렇게 벅차지 않을 정도의 활동량으로 이루어진 루틴은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홈스쿨링을 이어가게 하는 버팀목이 된다. 홈스쿨링 시간표에 따른 루틴이 든든하게 자리 잡혀 있다면 아무리 쉬고 싶은 날이라도 이것만큼은 하고 쉬자고 아이들을 설득할  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엄마인 내가 방바닥에 들러붙어 있고 싶은 날에도 이것까지만 미션 완료하고 쉬자고  자신을 달랠  있다. 그렇게 8년간 여러 변천 과정을 거쳐 운영되고 있는 우리 가정의 홈스쿨링 시간표에 대해 다음 편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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