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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새벽 Aug 15. 2022

자녀들의 집안일 훈련을 위한 다섯 가지 팁

어른처럼 그러나 아이답게

 전편에서 집안일 훈련의 목적과 그 유익에 대해 나눠보았다. 자녀들이 집안일을 훈련받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어른으로 성장하는 축복된 시간이라고 나누었다. 왜 좋고 무엇이 좋은지 알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는 분들을 위해 한 편의 글을 더 올리고자 한다. 이번 편에서는 자녀들과 함께하는 집안일 훈련의 구체적인 팁에 대해 나누겠다.


자녀들의 집안일 훈련을 위한 다섯 가지 팁

 

 첫째, 우선은 집안일이 미니멀해져 있어야 한다.

 앞선 글 '엄마의 미니멀 라이프'에서도 이야기했다. 집안일을 최소화하자고. 위생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조금 지저분해도 괜찮다고. 미니멀 라이프를 한다고 하루에 조금씩 구역별로 집안일을 해나간 적이 있었다. 쓸고 닦다 보니 하루에 조금씩만 한다고 했는데도 땀을 뻘뻘 흘려댔다. 문득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이런 곳 정도는 청소하지 않아도 건강에 아무 문제없이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왜 쓸고 닦고 광낸다고 이러고 있나 싶었다. 집안일 자체를 미니멀하게 줄일 필요가 있다. 정말 매일 하지 않으면 집안이 굴러가지 않는 필수적인 일들로만 집안일 목록을 구성한 다음 자녀들의 집안일 훈련을 논해야 한다. 엄마 본인도 제대로 관리가 안될 만큼 집안일이 복잡다단한 규모라면 자녀들에게 위임하는 일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전체 집안일이 엄마에게 한눈에 들어올 만큼 간소한 규모라면 자녀들에게 위임하고 훈련해나가는 일도 그만큼 단순하고 쉬워진다.


 집안일을 분배할 때 매일 해야 할 일, 일주일에 한 번씩 할 일, 한 달에 한 번씩 할 일 등으로 나누고 분배하시는 분들을 본 적이 있다. 개인의 성향, 가정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못하겠다 싶었다. 나 자신도 집안일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자녀에게 일주일에 한 번, 무슨 요일에는 이 집안일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저 집안일을 하라고 분배하고 관리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필수적인 집안일 위주로 최소화해서 분배하고 훈련을 한다면 쉬울 것 같았고 실제로 쉬웠다. 엄마가 보기에 정말 이것보다 더 간소할 수 없다 싶은 집안일 목록이어도 우리 아이들은 쉽게 까먹고 자주 물어본다. 집안일을 더 줄여도 좋다. 자녀와 함께 할 집안일이라면 말이다. 실제로 우리 가정의 집안일은 크게 설거지, 바닥청소, 이부자리 정리, 세탁 정도이고 첫째와 둘째, 엄마에게 분배되어 있다(욕실 청소는 아빠가. 감사합니다.). 그 외 휴지통 비우기, 분리수거 등의 일은 그때마다 함께 한다.


 둘째, 집안일을 미니멀하게 꾸렸다면 집안일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들의 훈련이 좀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미리 거쳐야 할 단계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견습단계, 곧 보고 배우는 단계이다.

 자녀들에게 집안일을 훈련할 때 흔히들 아이가 관심을 보일 때 시작하라고 한다. 흥미를 가지고 배울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매일 해야 하는 집안일인데 흥미 있을 때만 할 순 없다. 훈련을 시작할 때 흥미와 관심보다 중요한 조건은 충분히 보고 배운 시간이 있었나 하는 것이다. 부모가 집안일하는 모습을 보며 배우는 시간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무작정 집안일 훈련을 시작하면 엄마가 옆에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잔소리할 일이 많다. 그러나 부모가 집안일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고 배운 후 훈련을 시작하면 잔소리할 일이 확실히 줄어든다. 그래서 보여주며 가르치는 시간, 즉 보고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빨래 개는 엄마 옆에서 꼼지락 거리며 빨래 개는 흉내를 내보고, 요리하는 엄마랑 수다 떨며 개수대에서 물장난이라도 쳐보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값진 이유 중 하나이다. 엄마를 방해한다고 귀찮아하지 말고 아이에게 보여주며 가르치는 그 시간을 귀하게 여기자.


 셋째, 견습단계를 지나 집안일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면 훈련의 단계를 나누고 차근차근히 훈련하자.

 아이 앞에 집안일을 통째로 툭 제시하지 않고 단계를 나누어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제시한다. 설거지를 예로 들어 보자. 건조된 그릇을 정리하고, 물 설거지, 세제 설거지할 그릇들을 분류하고, 설거지가 끝난 후 음식쓰레기 처리까지 다하도록 처음부터 제시한다면 아이 입장에서 그 어마어마한 과정에 기가 질릴 것이다. 아이의 키가 닿지 않아 건조된 그릇을 상부장에 정리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기도 하다. 우리 가정에서는 설거지의 전 과정 중에 건조된 그릇을 정리하고 물 설거지할 그릇을 대충 정리하는 것은 내가 한 후 그다음의 과정을 아이들에게 맡기고 있다.  


 이와 같이 과정이 많아서 단계를 나누는 경우도 있고 아이의 신체발달을 고려해서 단계를 나누는 경우도 있다. 이부자리 정리를 예로 들어보면 우리 집은 여름이불, 겨울이불이 따로 없다. 여름에도 겨울이불을 대충 몸에 감고 자거나 다리에 걸쳐서 자는 식이다. 그렇다 보니 이부자리 정리를   아이가 정리해야 하는 이불은 무거운 겨울이불이다. 겨울이불을 들어 올려 개는 것이 아이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첫째가 이불을 정리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깔끔하게 갠다기보다 이불을 옷장 안에 집어넣는 수준이다.  정도라도 충분하다. 이부자리 정리의 단계를 나눠보자면 이불을 접어서 개기 전의   단계인 것이다. 아이의 힘이 자라고 키가 자라면서   있는 단계가 올라갈 것이다. 지금의 수준이 엄마 성에 안차더라도 폭풍 칭찬하며 신뢰하고 지지해주자.


 넷째, 집안일의 디테일한 부분을 다룰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훈련하자.

 설거지가 단순히 물장난과 크게 다를  없는 수준에서 끝나서는 안된다. 우리 아이는  정도까지   있구나 인정하고 용납해주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아이의 작은 손가락, 아직은 약한 팔힘을 생각할   정도면 충분하다고 인정해야  부분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아이가 충분히 자랄 때까지도 설거지가 개수대에서의 물장난이 되어서는  된다.  정도 설거지 흉내 내봤으면 됐어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설거지 훈련을 시작했다면 차근차근히 훈련을 해나가되 언젠가는 설거지 후에 음식물을 처리할  있을 때까지, 설거지 후에 물기를 정리할  있을 때까지 꾸준하게 훈련해야 한다. 디테일을 다루는 것을 목표로 훈련해야 집안일하는 시간은 아이들이 꾸준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시간이   있다. 아이들이 조금  디테일한 부분으로 나아가려고   됐어, 이제는 엄마가 마무리할게 해서는 안된다. 둘째가 설거지를 마치고 처음으로 개수대의 거름망을 비워내고 싶어 한 적이 있다. 다행히 몸과 마음이 여유로웠던지라 제지하지 않고 지켜봐 주었다. 아이가 좀 더 디테일한 부분으로 나아가려 할 때 섣불리 아서라 하지 말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충분히 칭찬하며  걸음을 지지해주어야 한다.


 다섯째, 아이가 집안일을 하면서 방법을 연구하도록 유도하자.

 첫째가 설거지를 한참 하다가 설거지를 더 쉽게 하는 방법을 발견했다며 엄마에게 설명하고 아빠에게 자랑하던 일이 있었다. 수저를 컵에 집어넣고 병세척솔로 마구 휘저으면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솔직한 마음으로 그렇게 하면 수저가 제대로 씻기지 않는다고 아이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에는 칭찬해주었다.


 그저 부지런해선 안되고 보다 빠르고 효율적이며 완벽하게 수행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보다 나은 방법"으로 수행해야 한다. 지혜로울  부지런함도 빛난다. - 게으름, 김남준 


 우리 아이가 집안일을 하며 지혜를 구하고 연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일이 아이들에게 단순히 해치워야  일이 아니라 보다 나은 방법을 연구하며 수행할 일이 되었으면 한다. 그럴  집안일 훈련을 통해 아이들은 어른의 일을 미리 경험하게  것이다. 아이가 집안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이렇게 하는   쉽다, 저렇게 하는 편이  빠르다  잔소리를 쏟아내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 스스로 방법을 연구하고 발견할  있도록 조금만 기다려주자. 아이 입장에서는 불편함을  느끼고 집안일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때가 되었다고 판단될  불편함을 조금씩 느끼게  주고 익숙한 방법을 떠나   나은 방법을 고안하도록 유도하자.



 지금까지 어떻게 보면 집안일 훈련의 다섯 가지 단계로   있을 법한 팁을 나눠보았다. 하지만 '단계' 이름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아이들마다 분명히 훈련의 양상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정의 첫째, 둘째조차도 서로 다르다. 그래서 단계로  박지 않고 아이들의 개성에 따라  단계,  단계 섞여서 훈련해나갈 집안일 훈련의 ''으로 이름하였다.



 며칠 우리 집에도 수해가 찾아왔다. 새벽 수유를 하느라 3-4시경 비몽사몽간에 깨어있는데 어디선가 물이 들이치는 소리가 난다.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데 내가 설마 창문을  닫고 잤었나 하고 막내를 내려놓고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았다. 세상에 주방 천장에서 비가 쏟아지는  알았다.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급하게 신랑을 깨우자 신랑이 복층으로 올라가 물이 새는 곳을 수습하고 이미 범람한 테라스로 나갔다. 그리고 난리 속에서 강남역 일대를 구했다던  슈퍼맨처럼 우리 집 테라스에서 막힌 곳을 뚫어내고 물을 퍼냈다. 겨우 수습하고 씻고 잠을 청하려는데 새벽의  난리에 막내가 결국 깨서 아빠품을 찾았다. 말똥말똥한 눈으로 아빠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우리 셋째는 그저 아빠품에서 걱정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일 훈련에 대해 글을 쓰면서 정말 이게 전부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비 난리 가운데 막내의 모습을 보면서 주님이 주신 마음은 아이들이 아이다워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 비 난리 가운데 첫째나 둘째가 함께 깨서 어쩌지 하며 엄마, 아빠와 함께 고민하며 옆에서 근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면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 아이가 아이다워야 할 때를 지켜줘야 부모의 품에서 아무 걱정 없이 평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성한 부모도 때로는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 품 안에서 어린아이처럼 평안을 누리게 하시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다.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른 채 부모의 품에서 그 평안을 누려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하나님의 품에서 평안을 누리는 일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


 집안일 훈련을 하는 목적은 빨리 어른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어른으로 자라는 것을 돕기 위한 이 훈련 앞에 부모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역설적이게도 우리 아이들이 아이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아이다워야 할 때를 지켜주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아이다움을 지켜주며 집안일 훈련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앞서 말한 대로 아이의 수준에 맞게 천천히, 꾸준히 하는 것이다. 늘 재미있게 집안일을 하진 않는다. 가끔은 아이들이 집안일 힘들어요, 오늘은 안 하고 싶어요 할 때가 있다. 힘드니까 안 하고 싶은 마음은 미성숙한 아이에게 당연한 일이다. 그런 날은 가끔은 엄마가 도와주기도 하고(반 이상을 해주며 집안일 흉내만 내는 날이 될지라도) 또 가끔은 오늘은 쉬어라 엄마가 해줄게 해도 된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은 엄마 아빠 품에 있는 아이들이니까.

 

 집안일 훈련을 하며 우리 아이들이 책임감을 배우며 건강한 자존감과 성숙함을 얻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집안일 훈련은 부모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훈련이 아니라 가족을, 엄마, 아빠를, 형, 동생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훈련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아이답게, 지금의 때에 맞게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어가도록 돕는 훈련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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