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점점 꿈꾸지 않는 걸까?

오래된 꿈을 잃어버린 어른들

by flowbella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로 태어난다. 다른 자아, 다른 성격, 다른 생김새로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라며 독특한 존재로서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가진 타고난 조건과 특성들이 더 뚜렷해지고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재창조되기도 한다.


모두가 다른 모양과 깊이의 인생을 살고, 그 모습은 다들 각기 빛난다. 우리의 인격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고 전체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색과 모양의 흔적을 남기며 살아간다. 내가 보는 세상은 다른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것을 보고 느끼고 품게 되는 생각과 감정 또한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인생의 어느 시점부터 서로 비슷해져 가는 걸까?

어린 눈으로 너른 밤하늘 속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꾸던 꿈의 향기가 왜 사라지고 있는 걸까? 내일을 향한 두려움 없던 눈동자와 소중한 꿈을 향한 순수한 믿음은 왜 희미해져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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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꿀 수 있는 능력은 우리 모두에게 있었다. 하지만 점점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 많던 꿈을 담고 있던 나의 마음은 '현실적인 이유'라는 명목으로 잠시 유예되거나 너무 오랫동안 잊혀 결국 비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는 동력이라는 게 필요하다. 오늘 열심히 살 이유, 오늘의 노력이 모여 결국 어떤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과 나와 세상 사이의 약속이 필요하다. 우리의 순수한 꿈은 아마도 현대의 세상살이에서는 유의미한 동력의 자격을 갖출 수 없었나 보다.


너무 허무맹랑해서, 너무 철없는 생각이어서, 자신이 없어서,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내가 가진 것들을 담보로 두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사이에 후순위로 밀린 어린 날의 내가 맨얼굴로 바라보던 꿈들은 색을 잃고 빛이 바래 기억 속에서조차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순수한 꿈을 하나, 둘 잃어가면서 계산하지 않고,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않고 내 마음속의 작고 고요한 움직임을 따라 살아갈 용기의 근육 또한 힘이 빠져가는 것 아닐까?





우리는 내 마음의 목소리의 볼륨을 줄이는 것은 아주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아무도 모르게, 별 힘을 들이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파 묻혀간 내 속의 바람들은 영원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더 이상 고개를 내밀 힘이 없어, 나의 눈치를 보며 숨죽이고 있을 뿐이다.


나에게 꿈이 없다면, 진정으로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꿈이 없다면, 우리는 꿈이 나간 자리에 세상의 것들을 채울 수밖에 없고, 나라는 유일무이한 존재의 색 또한 저 깊은 속으로 숨어버릴 수밖에 없다.


세상의 것들, 나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 세상의 정밀한 제단을 거쳐 만들어진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채우면 나는 그것들의 용기로써 적합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우리는 꿈을 잃었으나, 잃은 줄 모르고 세상으로부터 온 낯선 꿈들을 내 것인 마냥 좇으며 살아가게 된다.


누구보다, 아니 누구들 만큼은 열심히 살아왔지만 그 결과는 어쩌면 텅 비어있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빼앗긴 것 같은 상실감과 허무함이 느껴진다는 것을 외면하기가 힘들어진다.


그것은 아마 진짜 나로부터 생겨난 것, 나의 결을 닮은 꿈들의 속삭임을 듣지 않으려 애썼던 대가 인지도 모른다.


그 많던 꿈들을 잃어버리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 것일까?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왔는지 자각할 수는 있는 걸까?


모두가 달리 태어났지만, 똑같은 표정의 얼굴들로 점점 바뀌어가는 세상, 모두 다른 내면을 가졌지만 규격화된 외면이 되어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없었던 듯이 사라지고 있는 마음의 목소리이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점점 들리지 않은 꿈들의 노랫소리에 지금이라도 귀 기울이는 것이 어떨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내가 나아갈 길을 더 이상 막지 말라며 자꾸 내 그림자 속으로 숨겨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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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존재의 개수는 밤하늘 별들의 수보다 많다. 똑같은 모양일 거라고, 똑같은 빛일 거라고 말하는 세상이더라도 저 끝이 없는 우주 속 각기 다른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별처럼 나의 고유한 빛을 믿고, 그동안 조바심 때문에, 두려움 때문에 새어나오던 빛을 가리고 있던 내 손을 치우고 먼지를 털어서 그 찬란한 색을 다시 드러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의 길을 따라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오직 한 가지이다. 그렇게 기꺼이, 그럼에도 하고 싶다는 마음. 세상이 마련해 준 자리로 증명되는 나 말고, 그런 것들이 없던 때부터 계속 존재해 온 나를 보듬고 아껴주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캐캐묵은 오래된 작고 소중한 나의 꿈의 감각을 깨워 이제는 직접 손에 쥐고 그 빛을 길잡이 삼아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이상 나만 아는 비밀스러운 방황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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