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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샘 Jul 23. 2024

글태기

반복되는 글태기, 브런치로 돌아오다.

출판사에 최종본을 보내고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짧은 어린이 소설인데도 퇴고의 시간은 꽤 오래 걸렸다. 글을 쓰려고 키보드에 손을 올리기만 하면 코드 뽑힌 기계마냥 멍하니 눈만 깜빡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이 시험기간도 있었고, 또다시 찾아온 글태기에 한 달은 글에 손도 대지 못했다. 

겨우겨우 끝마쳤다. 

끝마쳤다는 안도감이 들기보다는 불안감이 앞선다. 머리에 번뜩이는 순간 술술 흘러가는 키보드 음이 아니라 꾸역꾸역 리듬을 잃은 키보드 소리로 만들어낸 글은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았으니까.

아무래도 또다시 글태기가 온 것 같았다. 

이렇게 써도 이상하고 저렇게 써도 이상한 글. 그래도 완성해야만 하는 글. 

늘 반복되는 글태기에 글을 쓰는 텀이 길어지게 되고 길어진 시간만큼 겨우 만들어 놓은 글 근육이 사라진다. 

이런 글태기가 올 때는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글만 쓰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그러기엔 삶이 팍팍하다.

글이 쓰고 싶지 않아서 오는 글태기가 아니라, 글이 써지지 않아서 오는 글태기 극복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 나만의 방법은 브런치로 돌아오기.

이상하게도 다른 글은 번개치듯 이야기가 번뜩여야지만 쓸 수 있지만 않지만 브런치는 흘러가듯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다. 

친정같은 기분이랄까.

다른 분들의 삶을 읽고, 아무것도 아닌 듯한 내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안정된다. 


글이 막힐 때마다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 어느 멋진 소설가님의 강의도 듣고 싶고, 많은 책을 써 본 작가님께도 배워보고 싶고, 대학에 다시 가 문예 창작에 대해 처음부터 배우고 싶었다. 


글은 어떻게 써야 합니까, 제 글은 왜 엉망진창인것 같죠.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유"라는게 아직은 없는 지금은 유튜브 채널을 돌며 배우는게 전부일 뿐이었다. 

이렇게 배움에 갈증을 느끼는 건 아마도 잘하고 있다, 잘 해내고 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브런치에 글을 써서 저장한 뒤 읽고 또 읽었다. 말이 되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지금은 글태기를 극복하는 과정이니까. 지금은 마음이 다시 가난해졌으니까.

발행하지 않은 글을 본 후 다시 한 번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좀전 보다는 키보드의 박자가 조금은 빨라진다. 

막히면 또다시 브런치를 보고 소설책을 읽는다. 

그리고 다시 시작. 멈추면 다시 반복.

친정에서 기를 받으니 우울했던 글태기도 점점 사라져갔다. 


"그럼 이제 발행해도 되겠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면 글을 발행한다. 

오랜 시간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지 않은 걸 보니 글태기가 꽤 길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극복하는 법을 알기에 이제는 글태기가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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