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억에서
만개하는 그는 춤을 추지 않는다.
허세 가득한 어깨 가로수길 런웨이를 걷는다.
간밤에 들이킨 달빛 한 모금
밤새 탱탱한 얼굴 어루만져
내일 돌아올 그녀의 웃음을 기다린다.
바람에 옷깃 살짝 털어 봄 사람 같이 살랑
단명의 비운을 타고났지만
만개하는 그는 춤을 추지 않는다.
자리를 비켜 푸름에 지배당하는 순간
새순의 손을 잡고 시작한다.
붉다만 옷자락 팔랑이며
불협화음 여린박으로 시작한 왈츠의 절정에
그를 애도하는 박수의 물결이 일어난다.
푸름의 손을 놓고 빙그르르 돌아
지나간 자리마다 촉촉이 젖어 발길을 물들인다.
헤어지는 그는 춤을 춘다.
봄만 되면 온 몸이 간질거리는 기분이다. 바쁜 시기라 한 번을 온전히 봄을 만끽한 적이 없었다. 창밖에 떨어지는 벚꽃을 보면 어떤 날은 울적해졌다가 어떤 날은 이쁜 광경에 넋놓고 바라보기도 했다.
빛이 날 정도로 활짝 펴 있다가 이제 헤어져야 할 때 우수수 떨어지는 벚꽃은 아름다운 이별을 선물한다. 잘 있으라는 인사처럼, 행복하라는 마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