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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Jun 30. 2018

장마철엔 햇살 같은 사랑이 그립다

무거운 구름과 두터운 습기로 무장한 우중충하고 찝찝하고 끈적끈적한 장마철이다.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는 습한 더위와 물기 머금은 공기는 뽀송뽀송한 것이면 뭐든지 탐욕스럽게 잠식해버리고 만다. 날씨에 따라 사람의 기분이 달라진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기분이 좀 울적했다.

     

어둑해진 밤거리,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비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차가 비틀대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거친 비는 주변 풍경뿐 아니라 길도 난폭하게 지워버렸다.
순간 거북이가 돼버린 차들은 희미해진 전조등에 의지한 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거리며 기어가고 있었다.

     

집에 들어서자  짜고 시큼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비에 젖어 축축해진 몸과 마음은 달콤하고 산뜻한 그 무엇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짜고 퀴퀴한 냄새가 나니  짜증이 났다.  나도 모르게 이게 무슨 냄새냐고 퉁명스레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플라스틱 통 몇 개를 가리켰다. 가서 열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오이지와 양파, 깻잎이 까만 간장 속에 맛깔스레 박혀있었다. 요즘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나를 위해 정성껏 마련한 남편의 선물을 보자 나는 괜히 무안하고 미안해 청을 피웠다.  '비가 억수로 많이 오네!'

     

장마라 해도 비가  매일, 하루 종일 줄기차게 내리는 것은 아니다. 마치 사람살이 같이 흐렸다 맑았다 한다. 비가 억세 퍼붓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찌푸린 미간을 풀고 간간이 환한 햇살을 내려 보낸다. 내 마음도 그랬다. 습기와 피곤으로 울울하게 가라앉은 몸과 마음이 남편의 사랑과 정성으로 따스하고 쾌적하게 되었으니, 마음의 장마가 잠시 물러간 셈이다. 그러나 장마가 끝나려면 좀 더 있어야하고, 언제 또 마음의 장마가 엄습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음습한 기운을 사르는 햇살 같은 사랑이 더욱 소중하고 그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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