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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Mar 18. 2018

복사꽃 픠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제비 무처오는 하늬바람우에 혼령있는 하눌이어, 피가 잘 도라…아무 病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좀 슬픈 일좀, 있어야겠다                                        서정주의 <봄>

  

서정주의 ‘봄’을 음미하며 지금의 봄을 생각해 봅니다.  봄은 복사꽃으로 시작되는군요. 4월이 돼야 볼 수 있는 연분홍빛 예쁜 꽃은 매년 봄이 되면 북한산으로 향하는 초입을 화사하게 밝히며 사람들의 발길을 잡습니다. 귀여운 자태와 매혹적인 빛깔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하지만 눈 뜨면 어느 새 사라지는 꿈처럼 한 순간 져버린 꽃을 보면서 늘 아쉬움에 마음 헛헛합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너무 빨리 사라집니다.  우리는 그것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욕망에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시를 쓰면서 기억의 서랍에 간직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그것을 꺼내보면  빛바랜  추억의 한장 한장일 뿐입니다. 한 번 지나가연 다시 돌이킬 수 없기에 지금 순간의 모든 것이 더 가치 있고 소중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예쁘게 핀 꽃은 그것 대로 지는 꽃은 그것 대로 아름답습니다.


봄이 시작되는 지금,  비록 하루가 멀다하고 미세 먼지가 건강을 위협하고, 사회 곳곳을 강타한 '미투바람', 불안한 정세로 인해  ‘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슬프고 힘든 봄을 맞고 있지만요.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파릇파릇 싹을 틔우는 나무와 꽃을 보면서 다시 희망을 가집니다. 모진 시련을 극복할수록 내면은 더 강해지고 성숙하겠죠. 그러면 슬픈 일 좀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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