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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Apr 14. 2019

단순해지면 마음이 편하다.

 “단순해지고 싶다.” 이렇게 써놓고 팽개쳐진 문구는 정말로 방치된 채 한참을 작은 노트북 속에 갇혀 있었다. 뭘 쓰려고 했지? 머릿속 추상과 관념이 적당한 언어로 형상화되지 못해 떠돌다 사라졌을 흔적을 찾으며 한참 모니터만 바라본다. 그러나 쓸 말이 없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모든 걸 다 생략하고 남을 짧은 말속 단순한 의미일 텐데. 진리란 가장 단순 명료한 것임을 알지만 그것을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힘들다. 틸틸과 미틸이 파랑새를 찾아 수많은 곳을 떠돈 후에야 그것이 행복이든 진리든 바로 옆에 있음을 알게 된 것처럼, 단순함의 이치를 피상이 아닌 깨달음을 통해 체득해야 비로소 진정으로 이해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삶의 흐름을 역행하려 무던히 애쓰던 순간들이 있었다. 순리와 수동의 의미를 모호하게 해석하며, 주어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지하고 나약한 태도라 여겼던 때도 있었다. 삶은 개척하는 것이며,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으리란 맹목적인 믿음, 무모하리만치 맹랑한 용기와 도전이 무엇보다 가치 있는 나의 자산이란 신념이 지배하던 시간들, 돌이켜보면 열정에 도취돼 무언가를 자꾸 채우려고만 했었다. 채워진 것들은 서로 복잡하게 엉켜 혼란을 조장하고 또 고뇌를 생산하고 갈등을 만들었다. 채우고 나면 성취감과 뿌듯함은 잠시, 또 다른 무언가로 채워지길 갈망하는 마음은 안식과 평온을 허락하지 않았다. 채우면 채울수록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은 끝없이 무언가와 비교하 전이란 명목으로 미화돼 욕망을 부추겼다.

 

  타인과 비교하며 살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때문에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일이 쉽지 않다. 인간의 본질이 타인을  통해 정체성을 획득하고, 자신의 처지가 더욱 부각되는 면이 있다지만,  비교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된다. 그런 경우 열등감에 빠지기 쉽고, 자존감 상처를 입게 된다. 심해지면 사실을 부정하, 불평불만을 일삼게 되며, 일이  풀리면 주변 탓을 한다. 


 교로 마음이 불편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하면 편하다. 그들과 나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사실만으로도 누구나   특별한 존재라고, 그런 의미에서 생명은 평등하다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하,  문제에 골몰하고, 고민 깊어져 마음이 우울하고 불안해진다. 물론 사람의 마음이 단순하지 않기에 무엇이든 말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는 것과 행하는 것은 별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같은 재료도 쓰임에 따라 약이  수도 독이  수도 있는 것처럼 비교도 마찬가지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비교가 약이 되도록 하면 다.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어주며,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해 주는, 그래서 더욱 노력할 수 있는 근거가 되며 힘과 용기를 주는 유용한 약.

     

 단순하게 생각하면 생이란 자연의 섭리일 뿐이다. 비록 실존적 삶의 행로는 다르지만 누구나 마지막 종착역은 같기에, 불분명한 미래 속에 정확히 알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기에 역설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만일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래도 평등한 한 가지가 있다는 사실이 어쩜 작은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사실 마음을 비우고 크게 생각한다면 유한한 삶 속에선 모든 것이 소중하게도, 무상하게도 느껴진다.


 현실의 삶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눈앞의 욕망에만 연연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집착한다면 결코 행복하지 못하리란 생각이 든다. 행불행은 마음속에 있다는 말이 추상적이고 무미건조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상식적이고 흔한 말들 속에 심오한 삶의 철학이 내포돼 있음을  알고 다. 살아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말속에 삶의 통찰과 진리가 내재돼 있음이다. 그래서 보편적 삶은 각자가 아닌 모두에게 주어진 삶을 수긍하도록 그래서 더욱 겸손해지길, 시시하다 느껴질 만큼 단순하고 익숙한 것들의 위대함에 고개 숙이도록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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