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노트 속 까만 점들이 풀썩거리며 지난해 기억들을 풀어놓고 있을 때만도 떠오르지 않던 당신의 안부가 궁금해진 것은 우연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어김 없이 찾아오는 계절에 활짝 핀 꽃들을 보며 가슴이 뛰는 것도, 어둑해진 골목을 걸으며 낯익은 창들과 소박한 마당에 마음이 끌리는 것도, 담으로 기어오른 탓에 빨갛게 상기된 덩쿨 장미의 수줍고 매혹적인 자태에 넋을 잃은 것도 모두 우연일 겁니다.
솔직히 우연이란 극적인 낭만을 언제나 기대하나 봅니다. 어떤 풍경 속에 각인된 실루엣은 흐르는 시간에 희석돼 희미해지지만 아뜩한 곳에서 풍겨오는 냄새만은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움과 아련함이라는, 내년 다시 당신의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