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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Oct 25. 2020

가을이 가기 전에

  잎이 떨어지는 풍경을 보며, 하늘 높이 날다 추락한 이카루스의  날개를 생각한다. 아버지의 충고도 무시하고 태양 가까이   밀랍이 녹으면서 날개가 떨어져 추락한 그의 죽음은 욕망이 빚은 극처럼 보인. 그러나  그에게 날개가 없었다면, 최상의 아름다움과 무한한 자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컴컴한 미궁 속에 갇혀 살았다면, 어땠을까. 날개는 희망과 절망, 환희와 고통, 삶과 죽음처럼 양립할 수 없는 들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신화의 에피소드는 모순처럼 보이는 역설적 진술 너머의 삶의 핵심 예리하게 꿰뚫고 다.


 자연의 섭리란  단순하고 명확한 사실 앞에 다양한 의미가 부여되면, 숱한 상념과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질곡으로 마음은 어지럽다. 바람이 거세지며 풍성했던 잎들이 허공을 맴돌다 추락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란 걸  알면서도 허무를 느끼는 것은, 소중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기다림과 감내필연적이며,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으로 거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며 부조리로 가득 찬 세계 대한 반발심 때문인지 모르겠다.

 

    가을이 가기 전에  비우고 내려놓아야 할 것들을 생각한다. 먼저 옷방을 정리해야겠다. 한때  많이 갖고자 했던 욕망들이 몇 개의 박스 안에 켜켜이 쌓여 있다. 운동으로 다져진 날씬하고 탄력적인 몸을 장식하는  옷들은 타인의  찬사가 늘 때마다  늘어갔다. 그중에는 매년 꺼냈다 넣었다만 반복할 뿐 입지 않는 옷들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몸도 유행도 변해 입을 수 없음에도 옷들은 현재와 무관하게 여전히 그대로 있다. 아깝다고, 누군가를 주겠다고 버티던  핑계는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부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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