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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Aug 14. 2021

단상

가볍거나, 무겁거나


 가끔, 아니 자주, 만약 내가 내일 생을 마감한다면,  오늘 무슨 일을 하고 싶을까,  가벼울 수도 무거울 수도 있는 물음을 떠올려 본다.


 어떤 선택을 할 때 그런 생각이 결정을 짓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죽음 앞에서는 외부의 그 어떤 것보다도 진정 자신에게 중요한 것만 남기에, 선택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삶 자체가 선택의 연속일진대, 날마다 내일 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산다면 정말 충실하고 현명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물론 사소한 선택이 아닌 큰 선택을 할 때, 내가 죽을 것임을 기억한다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수치심 같은 것이 장애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결과 같은 건 중요하지 않을 테니, 죽음 앞에선 가장 중요한 것만 남을 것이기에, 결국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인 셈이다.


 정말 그래야 된다. 내가 열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가슴으로 늘 외치고 있다. 그러나 머리는 좀 다르다. 자꾸 계산을 한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내일 당장 죽을 리 없다며.


 우울과 곤혹감이 일상을 잠식해 간다. 강한 긍정의 맞은편에 강한 부정이 도사리고 있어 언제든 교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편안하고 풍요로운 삶 속에는 내일 죽을 것임을 기억할 만큼 절실한 무엇이 잉태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위태로운 삶과 더 잘 어울린다.  불확실하고 음울한 미래가 먹구름처럼 밀려올 때, 불안과 두려움이 내면을 자극하고,  잠재된 방어기제가  작동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마음을 추스르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날들이 많아진다. 오늘도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삶의 진부함에 대해, 사소해 지나친 것들로부터 시작되는 삶을, 잊지 말자고,  기억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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