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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Apr 04. 2018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학교 때 「데미안」을 처음 읽었는데 내용이 무척 난해했다. 구체적인 내용보다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기억에 남았다. 당시 그의 남다른 사고와 행동이 무척 독창적이고 생경하게 느껴졌다. 또 문장의 상징성과 함축된 의미가 깊어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그 후 중등논술을 지도하면서 책을 여러 번 읽고 고전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게 됐다. ‘데미안’은 청소년들의 통과의례와도 같은 고민과 갈등의 문제를 자아 찾기를 통한 인간성장이라는 보편적 가치로 승화시켰다. 또한 시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고, 자기성찰을 통한 진정한 자아 발견과 주체적 삶의 실현이 생의 궁극적 의미임을 일깨우는 탁월한 힘을 보여주었다.


책의 작가인 헤르만헤세(1877~1962)는 1919년 이 작품을 가명으로 발표한다. 가명은 에밀 싱클레어, ‘데미안’에서의 주인공 이름이다. 작품 속 인물 싱클레어는 평생 ‘자아 찾기’에 매진한 헤세의 또 다른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경건하고 도덕적인 가정의 안전하고 밝은 울타리를 벗어나 어둡고 거칠은 세계의 소년 프란츠 크로머를 만난다. 그리고 순간의 객기로 약점이 잡히고 그후 크로머의 협박에 시달리며 끔찍한 악의 세계를 경험한다.

처음 맛보는 두려움과 공포로 인한 생의 절망으로부터 그를 구해준 것은 데미안이었다. 싱클레어보다 나이도 많고 외양도 소년 같지 않은 데미안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묘한 힘을 지닌 비범한 인물이다. 그가 프란츠 크로머를 어떻게 혼내주고 그로부터 싱클레어를 구했는지 인물 간 대화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을 뿐 내용엔 확실한 언급이 없다.


그와 싸움을 했냐고 묻는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냐 나는 그런 짓은 좋아하지 않거든. 그저 너하고 얘기하는 것처럼 그 녀석하고 얘기했을 뿐이야. 너를 내버려 두는 게 녀석에게도 이익이 될 거라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었을 뿐이야."

데미안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장면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싱클레어의 삶은 데미안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데미안은 그의 정신적 구원자로서 그가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등대가 되어준다. 「데미안」에서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는 젊은 화자의 내밀한 고백은 성장소설의 문제의식을 압축하고 있다.

“정말이지 나는 내부에서 스스로 나오려는 것대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왜 그다지도 어려웠던가?”

주인공은 선과 악의 세계에서 갈등하며, 하나의 독립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유년의 순수하고 선한 세계에 안주할 수 없음을 직감한다.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과 대면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서는 ‘새가 알을 까고 나오듯’ 자신과의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완전한 인격체로 성장해 가야함을 인식한다.


데미안의 만남과 조언을 통해 선과 악의 세계가 이분법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고 있으며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서는 선과 악의 세계를 인정하고 조화롭게 수용해야함을 알게 된다.

  

마지막 장에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실려온 병상에서 죽음을 맞는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한 명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꼬마 싱클레어 들어봐! 나는 떠나지 않으면 안 돼. 너는 아마 언젠가 나를 다시 필요로 하겠지. 크로마나 그 밖의 일에 대해서, 그때 네가 나를 부른다해도 나는 너한테 갈 수 없어 그럴 때 자기 자신의 내부에 귀를 기울여야 해 그러면 내가 너의 내부에 있음을 알거야."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미안」은 구도자 싱클레어를 통해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 가장 멀고도 어려운 길이며, 그 길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 찾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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