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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May 03. 2018

춘천 나들이

4월 마지막 주말, 모처럼 동료 선생님들과 춘천으로 나들이를 갔다. 날씨도 화창한 편이었다. 미세 먼지야 조금 있지만 바람을 쐬러가는 마당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진 않았다. 청량리에서 선생님들과 만나 춘천행 ITX-청춘열차를 탔다.


오랜만에 기차를 타니 기분이 묘했다. 기차의 로고처럼 모두가 청춘의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만감에 젖은 선생님들의 표정을 읽기나 한 듯 기차는 과거의 시간으로 조용히 미끄러져 간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여행을 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의자를 돌려 서로 마주보고, 한 친구가 기타를 치면 나머지는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로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신 있게 ‘내가 세상에서 최고라는 듯’ 갖은 폼을 다 잡았다. 그저 우리만 보였던 시절, 조금은 유치하고 무모했던 행동들이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순수하고 예쁘게 포장됐었다.

     

꿈처럼 희미했던 청춘의 그림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날 때쯤 청춘열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음성이 들렸다. 문득 현실로 돌아오니 조금은 아쉬웠지만 또 다른 즐거움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 때가 됐으니 만큼 우리가 가장 기대하던 춘천의 명물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으러 갔다. 후각과 미각을 사로잡는 음식 앞에서 행복이란 얼마나 단순한가!  우리  감사의  마음으로  음식을 남김 없이 먹었다.

     

이제 배도 부르고 슬슬 춘천의 매력을 느낄 만한 곳으로 이동했다. 나는 춘천 잘 모르지만, 이곳이 고향이었던 한 선생님의 말씀 왈 “춘천이 너무 많이 변해서 옛 정취를 찾기 힘들어요. 거의 관광시설이 많이 생겨 모든 게 상업적이네요.”

어딘들 그렇지 않은 데가 있을까. 조금 유명하다는 곳은 다 이윤을 쫓기 마련이다. 예전의 자연미 넘치고 토속적이었던 지역 풍경 또한 우리가 청춘을 되돌릴 수 없듯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가슴 언저리가 먹먹했다.

     

택시를 타고 스카이 워커에 도착했다. ‘하늘을 걷는다?’ 우린 표를 끊고 유리보호용 커다란 양말을 신발 위에 신고 유리로 된 다리를 건넜다. 아래는 시퍼런 강물이 출렁대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여차하면 떨어질 것 같은 낭떠러지 위에 선 느낌이었다. 몇몇 분들은 무서움에 걷기를 포기하고 되돌아갔다. 투명한 유리가 빛을 받아 무지개처럼 영롱했다. 사람들이 스릴을 맛볼 수 있도록 착안된 유리다리지만, 유리 아래 세상은 너무도 위험해 보였다. 문득 인생길도 이처럼 아슬아슬함으로 점철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리스의 유명한 섬 산토리니를 모방해 만든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브런치 글, 책을 읽다( 그리스인 조르바) 배경으로 선택한 그림이 이곳에도 걸려있었다. 너무 유명한 그림이기 때문에 낯설지 않았지만, 그리스를 모방한 구조물들은 좀 작위적이어서 분위기가 어색했다. 그리고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차를 마시기 위해 끝도 없는 줄을 서야했다. 어렵게 마련한 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누며 커피를 마셨는데, 그 향과 맛이 좋아 그나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어느덧 즐거운 시간은 끝나고 아쉬움이 가득한 채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오늘의 짧은 여행의 의미를 반추한다. 천상병시인의 ‘귀천’이 생각났다. 그래서 약간 고쳐서 음미해 보았다.

‘나 서울로 돌아가리라. 저녁 빛 와 닿으면 따스한 달님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마침 하늘에 보름달이 둥실  있었다.

     

오늘 동료 교사들과 함께한 시간은 무척 의미가 깊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사는 분들이기에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고충을 너무 잘 알기에 그저 눈빛만 보아도 위로가 되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하루를 온전히 서로를 위해 또 자신을 위해 투자했기에 특별하고도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내 소중한 기억의 서랍에 길이 간직할 또 하나의 보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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